80명 확진 에어로빅 가보니 창문없는 지하.. 역시 '3밀'

조유진 기자 2020. 11.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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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에어로빅학원, 마포 교회 124명 집단감염 현장 르포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에어로빅 학원과 홍대새교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규모 집단감염의 배경에도 어김없이 밀집·밀접·밀폐의 이른바 ‘3밀(密)’ 환경이 있었다. 방역 전문가들은 그동안 “감염자가 밀폐된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밀집해 밀접 접촉하는 환경이 코로나 확산 최적 조건”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환풍기도 밀폐된 지하 한계 극복 못해

26일 낮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상가 건물 지하 1층 A에어로빅학원으로 향하는 계단 앞 유리문은 잠겨 있었다. 지하 1층 50평 공간 전체가 학원이었다. 반(半)지하가 아닌 완전한 지하였기에 건물 바깥과 통하는 창문이 아예 없었다. 내부는 탈의실 등을 제외한 나머지 운동 공간 전체가 칸막이 없이 탁 트인 구조였다. 이곳에서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수강생과 강사 등 80명이 확진됐다.

학원 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환기에 대해 물어봤다. “환풍기 있고 수업할 때마다 문 열어 환기했습니다. 마스크도 다 썼습니다”라는 답이었다. 원장도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이라고 했다. 이어 “그냥 영업을 안 하는 게 답인 것 같다”고 했다. 자포자기한 듯했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 동안 코로나 누적 확진자 80명이 발생한 서울 강서구 에어로빅 학원(165㎡)의 출입구(왼쪽)와 내부 모습. 지하 1층에 있는 이 학원은 창문이 없다. 학원 원장은 “환풍기가 있고 수업 때마다 출입문을 열어 환기했고, 마스크도 모두 썼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환풍기와 출입구 문만으로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인터넷 캡처

원장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로 이날 서울시는 코로나 브리핑에서 “역학조사 결과 에어로빅학원은 체온측정, 손 위생과 방문자 연락망 확보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잘 준수했고 마스크도 착용했다”면서도 “시설이 지하에 있어 창문을 통한 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환풍기만으로는 ‘밀폐’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문가 의견도 같았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기체역학 전문가들은 2시간마다 최소 15분씩 환기해야 한다고 권한다. 실내에서 맞바람이 불 정도여야 전체 공기가 희석된다. 에어로빅 학원처럼 지하에서 한쪽 문만 열어 환기했다면 공기 순환이 충분히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학원에서는 에어로빅 외에도 방송댄스, 근력운동, 태보(태권도와 복싱을 결합한 운동), 스트레칭 등 여러 수업이 1시간 단위로 이어졌다. 수업마다 10~20명씩 참가했다. 최대한 서로 떨어질 경우, 개인이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은 2~4평 정도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규정하는 ’밀접접촉'은 확진자와 15분 이상 2m 이내에 있던 경우”라며 “운동 중 2m 거리가 확보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울시는 “수강생 중 하루 2번 이상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이 많았다. 이용자 간 거리와 친밀도가 집단감염을 생기게 한 원인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코로나 소강 국면이던 여름부터 국내에서 인기를 끈 ‘덴탈 마스크'가 확산을 키웠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김우주 교수는 “KF-94 마스크를 쓰면 숨이 차 운동을 하기 어렵다. 에어로빅처럼 격한 운동을 했다면 많은 사람이 덴탈 마스크를 썼을 것이고, 그랬다면 얼굴에 밀착되지 않은 마스크 틈으로 비말이 다 빠져나온다”고 했다. 이재갑 교수는 “쉬는 시간 물을 마실 때나 숨을 몰아 쉴 때 마스크를 벗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곳에 모여 소리 내어 성경 읽고, 식사도

마포구 홍대새교회 집단감염도 ‘3밀 차단 실패'의 결과였다. 124명 확진자가 발생한 교회는 지상 12층 주상복합 건물의 2층이었다. 473평의 공간에 주 예배실과 2개의 식당 겸 카페 공간, 청소년부, 유초등부 예배실이 있었다.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교회 신자들은 주일 예배, 수요 저녁 예배 등을 마치고 성가대나 성경 읽기 등 활동을 했다. 건물 관리 직원과 인근 주민 말에 따르면 이 교회 확진자가 처음으로 확인된 지난 18일에도 수요 저녁 예배가 열렸다. 그 참석자 수십명이 다시 교회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컵라면을 함께 먹었다. 또 이 교회는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성경 읽기 소모임에서 성경 구절을 ‘소리 내어' 읽도록 안내한다. 소모임에서는 간식도 나눠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20~30평 밀폐된 공간에서 음식을 함께 먹으면 비말 감염 위험이 극대화된다.

환기도 잘 되지 않았다. 이 건물에는 중앙 환기 시스템이 없다. 창문과 문으로만 환기가 가능하다. 예배실과 식당 등 각 공간에는 60도 정도 각도로 열리는 가로 30㎝, 세로 60㎝ 크기의 덧창만 두 개씩 있다. 건물 관리자는 “최근 날씨가 추워지며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한다.

김우주 교수는 “창문을 열심히 열었어도 환기가 잘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건조한 겨울철이 되면 공중에 떠다니는 에어로졸 형태로 바이러스가 최대 일주일 정도 밀폐된 공간에 남아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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