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미래] 빅데이터로 본 코로나 이후의 식탁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2020. 11.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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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백신이 곧 나온다고는 하지만 최근 우리는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2단계에 들어갔다. 나는 2차 유행이 있던 8월 말부터 외식을 자제해왔다. 그렇지만 삼시세끼 집밥을 먹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외식이 간절했고 그럴 때마다 유명 맛집 음식을 배달해 먹었다. 집에서 접하기 어려운 생선회나 짜장면을 시켜 먹으며 외식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가격이 약간 비싸고 1회용품이 많이 나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맛집을 찾아가는 것보다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끔씩 배달음식으로 코로나 블루를 견디고 있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이미 배달음식의 성장은 ‘오래된 미래’다.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음식배달앱 결제액이 매달 1조원에 이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9년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9조7400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대세가 된 배달음식을 대중은 어떻게 인식할까? 빅데이터 분석기관인 썸트렌드의 최근 3개월간 분석 자료를 보면, 배달음식 관련 감성어는 34%가 긍정적이었고 27%가 부정적이었다(나머지는 중립적이었다). 부정적 감성어는 ‘아깝다’ ‘안타깝다’ ‘비싸다’ 순이었다. 10월 한 달만 보면, 부정(43%)이 긍정(39%)보다 높았다. 배달음식의 라이벌인 편의점 도시락의 긍정 감성어는 57%였다(부정 22%). ‘맛있다’ ‘싸다’ 같은 표현이 많았다. 하지만 언급 빈도는 배달음식의 5% 수준이었다.

간편식(밀키트 포함)도 급부상 중이다. 관련 감성어를 보면, 60% 이상이 긍정적이었고 부정은 10% 미만이었다. 언급 횟수도 3월부터 빠르게 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요리의 즐거움이 강조된 간편식을 소비자들이 찾고 있는 것이다. 밀키트란 기존 간편식에 신선 재료를 더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코로나19 이후 식탁의 키워드는 ‘가성비’와 ‘안전’이다. 경제난으로 인해 소득이 대폭 줄어들면서 소비에서 가성비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 덕분에 배달음식과 간편식 시장은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 안전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관심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는 보호본능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을 막으려면 환경과 기후위기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자각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채식·대체육 및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빅데이터에서도 이런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위의 빅데이터 자료를 보면, 채식 관련 언급은 6만여건으로 배달음식(11만6000여건)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는 밀키트보다 2배, 편의점 도시락보다 10배 이상 많다.

달라진 눈높이는 윤리적 기업 제품을 비싸더라도 소비한다는 ‘가치소비’로 이어진다. 브랜드의 생사를 결정한다는 2030세대들은 이런 소비성향이 뚜렷하다. 이들은 환경을 생각하고 노동자를 배려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을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는 뚜렷한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배달음식·간편식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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