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인트 소피아' 양소연·이승현 "리딩 이후 작품개발 의논 중"

박은희 2020. 11. 2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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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재해석.."머지않은 날 완성된 공연으로 선보일 수 있길"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올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창작뮤지컬 ‘세인트 소피아’의 양소연 작가와 이승현 작곡가는 지난달 26일 공들여 준비한 작품을 리딩공연으로 선보였다.

‘세인트 소피아’는 도스토옙스키의 고전 ‘죄와 벌’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죄인 고발 및 처단을 최우선으로 해온 ‘소냐’가 한 대학생 ‘로쟈’의 살인을 은닉하게 되면서 자신이 좇던 정의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심판이 아닌 새로운 길을 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 속 조연이었던 여성 캐릭터를 강렬한 록 음악과 함께 주체적으로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끈다. 무대에는 해나(소냐 역)와 황민수(로쟈 역), 원종환(포르피리 역), 구원영(베로니카/리자베타 역) 등이 올랐다.

창작뮤지컬 ‘세인트 소피아’ 리딩공연 현장. [CJ문화재단]

양 작가는 “연습 막바지까지 작업을 진행하면서 그저 무사히 공연이 올라갈 수 있기만 기도하며 보냈다”며 “다행히 잘 마치게 돼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는 그동안 롤러코스터를 태웠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작곡가는 “창작자로서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리딩 이후의 작품개발에 대해 작가님과 계속 의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해 양 작가는 “리허설을 보면서 내가 의도한 것 이상으로 배우의 직감이 효과적이었던 장면이 많다고 느꼈다”며 “전달의 측면에서 범접할 수 없는 베테랑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해나와 13년지기 친구라고 밝힌 이 작곡가는 “언젠가 꼭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같이 하게 돼 신기했다”며 “소냐의 넘버들은 대부분 하드 록 장르라 성대를 혹사하는 곡들이 많은데 해나가 내 생각보다 훨씬 잘 소화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양 작가는 “아무래도 60분 리딩이라는 제한된 조건 내에서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모두 풀어내기가 어려웠다”며 “연습과정에서 서사의 방점을 찍는 결말부가 러닝타임 문제로 삭제가 되기도 했다”고 답했다.

“무대와 동선이 생략된 형식이다 보니 자칫 가사 한 줄이라도 놓치면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든 부분도 있었죠. 다만 그만큼 관객들이 상상할 여지를 남기는 것은 리딩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관람하신 분들이 프로그램북에 수록된 시놉시스를 보시고는 뒷이야기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머지않은 날에 완성된 공연으로 선보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작곡가는 “분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특히 ‘너란 그늘’ ‘최초의 기도’ 등 로쟈의 솔로 넘버가 1절로 축약돼 아쉬웠다”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넘버들이라 장막 공연에서는 풀버전으로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창작뮤지컬 ‘세인트 소피아’ 리딩공연 현장. [CJ문화재단]

양 작가에게 어떤 점을 보완·강화해 작품을 개발할 계획인지 물었다. “객석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 그리고 관객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참고해서 발전시켜 나가려고 해요. 소냐와 베로니카 수녀 등 인물의 극적 변화를 더욱 직관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도록 다듬을 예정에요. 개인적으로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재판 장면에서 세인트에 대한 군중의 극단적인 태도변화도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싶어요. 이번 리딩에서는 생략됐거든요.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이 없게끔 극 중간중간 상황을 정리하고 환기시키는 요소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극장규모에 따른 서사적 스케일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어요.”

이 작곡가는 “록 뮤지컬의 정체성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는 캐릭터별로 음악적 톤을 달리해 작품만의 특색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고, 리딩이다보니 중요한 가사들이 잘 들리게끔 템포와 볼륨을 조절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록 뮤지컬로서는 소프트한 인상을 줬던 것 같아요. 작품 분위기와 톤이 맞았다는 평도 있었는데, 록과 드라마가 잘 붙을 수 있는 중간점을 찾아보려 해요. 악기 구성도 약간 바꾸고, 편곡도 디테일하게 수정할 예정에요. ‘세인트 소피아’만의 록 스피릿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창작뮤지컬 ‘세인트 소피아’ 리딩공연 현장. [CJ문화재단]

두 사람은 멘토인 오경택 연출과 김길려 음악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만날 때마다 최장 회의시간을 기록해가며 열띤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참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이번 리딩에서는 음악감독님이 메인건반을 맡고, 연출님이 직접 무대에 올라 내레이터 역할을 해주시는 등 특별한 일들이 많았어요.”

양 작가는 “뮤지컬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두 분을 만나게 된 건 살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며 “끝까지 격려해주시면서 열정적으로 작품을 이끌어주신 두 분께 다시 한 번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보탰다.

오경택 연출은 ‘세인트 소피아’의 기대요소로 묵직한 주제의식, 강렬함과 서정성이 동시에 깃든 록음악을 꼽았다. 김길려 음악감독은 “원작 속의 수동적인 소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와 작품에 대한 작가·작곡가의 의지가 확고했다”며 “끝까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있어 두 사람의 합이 좋았기에 다음 단계를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됐다”고 평했다.

오 연출은 “작품의 스케일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하면 좋겠다”며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를 믿는 가슴과 열린 귀다, 지금까지 잘 해온 것처럼 끝까지 지치지 않길 기원한다”고 격려했다.

김 감독은 “드라마가 록음악으로 풀어내기에 쉽지 않은 이야기”라며 “멘토링 과정에서도 많은 부분 이야기했듯이 캐릭터별 음악 색깔이 분명해야 하고 주인공 소냐의 시선에서 음악과 드라마가 좀 더 세밀하게 짜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록음악으로 풀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소냐를 중심으로 각 인물별로 좀 더 뚜렷한 드라마의 방향성을 잡고 그에 따른 세밀한 음악적인 구성들을 고민한다면 좀 더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다듬어질 거예요. 너무 고생 많았고, 이제 정말로 시작이니 앞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작품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창작뮤지컬 ‘세인트 소피아’ 이승현 작곡가(왼쪽)와 양소연 작가. [CJ문화재단]

양소연 작가는 1994년생으로 서울예대 극작과에서 공연극본창작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린 그는 스토리텔링의 기본이 되는 ‘극’에 매력을 느껴 극작과를 선택했다.

1991년생인 이승현 작곡가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중앙대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에서 실용음악 전공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음악극 ‘기억하지 말랬잖아’와 연극 ‘운빨로맨스’에 작곡가로 참여했고 칼라하리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싱글앨범 ‘잘자요’를 발매했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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