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위정자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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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매일 자신의 얼굴을 매만진다.
하지만 사람의 진짜 모습은 앞보다 뒤쪽에서 나타났다.
앞뒤가 다르고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자신의 뒷모습을 떠올려봐야 한다.
권력에 취해 자신의 뒷모습을 못 보는 위정자라면 공자의 어록을 가슴에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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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년 전 공직자들에게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돼야지,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된다”고 외쳤다. 권력보다는 양심을 따르는 사람이 되라는 당부였으나 그의 정부에선 ‘영혼 있는’ 공직자들이 핍박을 받고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만 영화를 누린다. 그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황교안 법무장관의 교체를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자 “민주주의의 밤, 암흑의 터널”이라고 성토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당시 수사팀장을 맡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을 둘러싸고 채동욱 검찰총장이 황 장관과 갈등을 빚다 사표를 던진 직후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정지에 대해선 한사코 침묵한다. 추 장관을 앞세운 ‘차도살인(借刀殺人)’이라는 분석이 있다.
추 장관은 7년 전 윤 팀장이 수사팀에서 배제되자 대정부질문에서 “수사와 기소를 주장했던 수사 책임자를 내쳤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결과가 나오겠냐”며 정홍원 국무총리를 몰아세웠다. 그런 장본인이 장관이 된 후 권력 비리를 수사하던 검사들을 한직으로 내쫓고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초유의 일을 벌인다. 조국 전 장관도 당시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장관의 의중은 명백히 드러났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한 달 뒤엔 “더러워도 버텨주세요”라는 응원 트윗까지 날렸다. 윤 총장을 형으로 불렀던 그는 지금 180도 표변했다.
권력에 취해 자신의 뒷모습을 못 보는 위정자라면 공자의 어록을 가슴에 새길 일이다. “정직하지 않으면서 아직 살아있다면 요행히 천벌을 면하고 있을 뿐이다.” 앞뒤가 다른 사람이나 정권은 오래갈 수 없다. 결코 예외란 없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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