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역학조사관, 10명 중 8명 번아웃
[경향신문]
코로나19 방역 일선에 있는 역학조사관 10명 중 8명이 고된 노동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번아웃 증상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업무체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K-방역이 지속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26일 경기 지역 역학조사관 20명을 초점집단면접(FGI)한 결과, 참여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벽 4~5시쯤 귀가했다가 오전 7시에 업무배치 연락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퇴근 후에도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업무 연락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이들은 “24시간 긴장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참여자 중 다수가 ‘역학조사하는 꿈을 꾼다’고 했는데, 역학조사 업무가 계속 떠올라 운전 중 사고가 난 사례도 있었다. 번아웃 증상 여부를 측정한 결과 참여자 중 80%(16명)가 정서적 고갈과 효능감 저하 등을 겪고 있었다.
업무환경은 열악했다. 업무용 휴대전화가 지급되지 않아 개인 휴대전화번호가 공개되고, 통화비를 본인이 내야 했다. 업무용 PC가 부족해 개인 노트북으로 서류를 작성하거나, 현장조사에 개인차량을 이용하고 유류비 등도 개인이 부담했다.
확진자의 동선 공개와 관련해서는 접촉자 추적을 위한 효과적인 조치라면서도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 등 인권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학조사관 A씨는 “시민들의 알 권리도 있지만 역학조사와 방역조치가 끝나 안전한 곳을 굳이 공개해 시민들이 더 불안해 하고 업장이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명감, 보람, 책임의식을 표현하면서도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보상, 고용 보장, 사회적 인식 개선, 인력 보충 등이 없다면 한국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 지속은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자 다수는 현재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 교수는 “역학조사관 업무 환경 개선은 미래의 감염병 위기사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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