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한중외교장관 회담서 "다자주의 수호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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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을 접견했다.
왕 위원의 방한은 미국 행정부 교체기를 맞아 미·중 갈등 국면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탐색해 보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직접적으로 미국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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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한반도 평화 역할 감사
베이징 올림픽 성공개최 협력"
왕이, 외교회담장에 25분 지각
정부 "회담전후 2차례 사과했다"
◆문 대통령 “도쿄·베이징 올림픽 성공에 협력”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4시57분까지 약 1시간 동안 청와대 본관에서 왕 위원을 만나 “그동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건설적인 역할과 협력에 감사를 표한다”며 “우리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한국은 도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대해서도 함께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도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하는 등 체육협력을 통한 동북아 정세 안정과 대북대화 계기 마련을 모색 중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을 구체화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왕 위원은 이날 문 대통령 예방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약 1시간30분 동안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왕 위원은 “(한·중 양국이) 함께 노력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통합을 촉진하며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각자의 기여를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은 지난해 12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최고조로 갈등이 달아올랐을 시기 한국을 찾아 작심하고 미국을 비판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왕 위원은 회담을 마치고 한국 정부에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러 왔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외교가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왕 위원은 “(한·중이)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등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미·중 경쟁구도에서 일방적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을 완곡한 어조로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왕 위원은 시 주석 방한과 관련해 “조건이 성숙되자마자 방문은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자들의 마스크를 가리키며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로 이 ‘조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민감한 시기 시 주석이 방한하려면 우리 정부가 ‘성과’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반면 왕 위원은 이날 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다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 위원은 이날 회담에 ‘개인 사정’으로 25분 늦게 도착했다. 왕 위원은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회담 전과 후 두 차례 사과를 전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보도문을 통해 왕 위원이 강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측이 중·한 사이에 민감한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의 기초를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현준·홍주형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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