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여건 허락 때 방한"..문 대통령 "안정되면 뵙기를"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이주영 기자 2020. 11. 2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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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구두 메시지 전달..코로나 영향 '연내 방한 곤란' 뜻
문 대통령은 "전쟁 종식"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추진 강조
미·중 갈등 질문 받은 왕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것 아냐"

[경향신문]

악수? 주먹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왕 부장은 팔꿈치 악수를 하려다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 초청에 거듭 사의를 표하면서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방한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사실상 연내 방한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이 밝힌 ‘여건’이란 코로나19 상황과 미국 정권 교체기에 따른 불투명한 정세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만나뵙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시 주석은 구두 메시지를 통해 “올해 문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하고 서신을 주고받는 등 깊이 소통해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며 “특히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양국 교류 협력에서 세계를 선도했다”고 평가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코로나 위기와 유동적인 지역·국제 정세에서 3국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9차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중국이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중단 없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건설적인 역할과 협력에 감사 인사를 표한다”며 “우리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하고, 완전한 비핵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며 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왕 부장은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현재 한반도 정세가 매우 유동적이며 전략적 소통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정권 교체기 및 대화 공백기에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중국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에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양자 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가 이뤄졌다.

또 양국 장관은 코로나19 방역을 유지하면서 신속통로(입국 절차 간소화)나 항공편 확대 등을 통한 인적 교류의 확대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왕 부장은 다자간 조정협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추진 등을 촉구했다.

강 장관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 여파가 양국 간 문화 교류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강 장관은 또 사드는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비핵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왕 부장은 방한에서 미·중 갈등 현안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왕 부장은 미국의 동맹국을 통한 중국 견제를 의식한 방한이 아닌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세계에 190여개국이 있고 이 나라는 모두 다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나라”라고 말해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세계 질서를 흔드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이주영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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