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용' 국조 꺼낸 여당에 야당 "묻고 더블로 가"
야 '추·윤 포괄적 국조' 역공
국정 견제 도구로 '정쟁화'
[경향신문]
여야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극한 갈등을 국정조사 힘겨루기로 대응하고 있다. 여당의 선 제안에 야당의 역제안이 벌어지더니, 여당이 법무부 감찰이 우선이라고 한발 물러났고 다시 야당이 ‘포괄적 역제안’으로 되받았다. 국정조사가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진상규명 차원이 아니라 여야의 정치적 득실을 고려한 정쟁 도구로 변질된 것이다.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침묵하는 동안 국회가 치열한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6일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국정조사를 요청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유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검찰권 남용에도 문제가 없는지 포괄적인 국정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묻고 더블로 가라는 전략이 있다”면서 “윤 총장 국정조사 받겠다. 추 장관 국정조사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카드를 먼저 꺼낸 건 더불어민주당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25일 “윤 총장의 판사 사찰 혐의는 충격적”이라며 ‘윤석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추미애 국정조사’를 역제안했다.
여당은 법무부 감찰과 검사징계위원회 논의가 우선이라며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국정조사를 하겠다기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기 위해 국정조사나 특별조사로 진상을 규명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날 ‘추·윤 동시 국정감사’ 카드로 강공에 나섰다.
국정조사권은 국회가 국정을 견제·통제하는 권한이다. 국정에 대한 진실규명, 책임자 문책을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추·윤 갈등’에 대한 여야의 국정조사 치킨 게임은 이 같은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야당의 역공은 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추·윤 갈등’을 부각할수록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책임론도 커진다는 판단이다.
반면 여당은 윤 총장 사퇴 압박용이라는 의미가 짙어 보인다. 여당이 이례적으로 국정조사를 먼저 주장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도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 대표 말은) 국회가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며 “당장 국정조사를 열자는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국정조사 제안이 ‘정치적 수사’였음을 시인한 셈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추 장관과 윤 총장 싸움을 또 봐야 하나. 지긋지긋한 ‘권력투쟁’에 우리의 일상은 없다”고 썼다. ‘추·윤 대리전’의 최전선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낙태죄 폐지 관련 형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등 민생 법안이 계류 중이다.
심진용·김상범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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