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만 모여도 된다"..거여, 도(度) 넘은 '입법독주'

이창훈 2020. 11. 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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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원내대표 합의' 아랑곳 없어
與, 법사위 제1소위 전날 이어 단독 진행
野 "일방적 일정" 항의.. 법안 심사 불참
30일 외통위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쟁점
이낙연, 15개법안 정기국회 통과 공언
정무·환노·행안위서도 충돌 불가피
의석수 한계 국민의힘, 여론에 호소만
"역사·국민의 엄중한 심판 두려워해야"
26일 국회 경내 ‘일방통행’ 표지판이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남정탁 기자
“상임위별 법안심사소위원회 내 안건처리는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지난 7월 여야 원내대표가 ‘7월 임시국회’ 일정을 합의하면서 합의한 내용 중 하나다. ‘소위 합의 원칙’은 21대 국회 개원 후 여당이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 통과시킨 뒤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해 마련된 협상 테이블에서 야당이 강력히 주장한 내용이다. 제출된 법안의 실질적인 심사를 하는 상임위 법안소위는 여야가 합의로 법안을 처리한다는 관례가 불문율로 지켜졌다. 그런데 21대 국회에서 여당이 의석수로 소위 심사를 무력화시키는 데 대응해 야당이 ‘합의처리 원칙’을 합의문에 넣었지만 거대 여당은 이 원칙을 무시하며 독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부터 심사한다”며 전날에 이어 여당 단독으로 법안소위 일정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국민의힘은 백 의원이 여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심사 일정을 잡은 것에 항의하며 이틀 연속 법안소위 심사에 불참했다. 김도읍 의원은 “백 의원이 문자, 전화, 메신저 등 아무런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심사 일정을 잡아서 회의 개최를 통보했다”고 항의했다.

법사위 법안1소위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 통과 시 정치·경제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들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전날 공수처법 개정안이 집중 검토된 데 이어 이날은 상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간사와 의원들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국가정보원법 개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지난 24일 야당의 반발 속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야당 소속 정보위 위원들은 법안소위 심사 중 대공수사권 이관을 놓고 여당과 접점을 좁히지 못하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며 “독소조항과 대공수사 공백이 우려되는 개정안에 대해 합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당은 3년 유예기간을 두고 대공수사권 이관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별도의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이관하거나 국정원에 남겨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 소속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민주당만 모여도 과반수가 되기 때문에 의결이 된다”며 법안소위 의결을 강행했다.

오는 30일 예정된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여야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안건조정위원회로 회부됐다. 6개월의 안건조정위원회 심사를 거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외통위 법안소위로 넘어왔다. 야당이 법안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여당은 반드시 상임위에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정보위뿐만 아니라 다른 상임위에서도 소위 합의 원칙을 무시한 여당의 입법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개혁·공정·민생·정의 4대 분야별 미래입법과제 15개 법안의 정기국회 내 통과를 약속하면서 관련 법안을 처리할 정무위·환경노동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등에서도 충돌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공수처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경찰청법 △일하는 국회법 △이해충돌방지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고용보험법 △필수노동자보호지원법 △5·18 특별법 등을 입법과제로 꼽았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예정된 본회의까지 법안심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상법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일부 이해관계가 복잡한 법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석수의 한계로 여당의 입법독주를 막지 못하는 야당은 여론에 호소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지도부에 강력하게 경고한다”며 “냉정함을 되찾고 역사에서 민주당과 정권이 하는 일들이 헌정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다시 한 번 차분히 돌아보기 바란다. 역사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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