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검찰총장 직무배제 후폭풍, 비정상과 혼돈 서둘러 수습해야

연합뉴스 2020. 11. 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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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헌정 초유인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조처가 검사들의 집단반발을 불러왔다. 25일부터 시작된 평검사 회의는 다음 날인 26일 곳곳에서 잇따랐고 수석 평검사들과 대검 중간 간부, 고검장급으로까지 반발은 확산했다. 회의 후 이들이 공표한 입장에 따르면 혐의만 가지고서 장관이 임기가 보장된 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를 명한 것은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수사와 소추 업무에 쫓겨 사는 일선 검사들까지 집단으로 의견을 밝히고 나선 것은 주목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다. 논란에 휘말릴 것을 알면서도 이들이 그리 한 것은 사태가 그만큼 엄중하고 자신들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믿기 때문일 터다. 검사들이 평소였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스러운 선택을 하게 하고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 데 대해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특히, 검찰 개혁을 앞세우는 추 장관은 이들의 행동을 조직의 수장을 보호하려는 맹목적 정치 행위로 보지 말고 일선 검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마땅하다.

전국적 평검사 회의는 2013년 이후 7년 만이라고 한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과 법무부의 감찰 압박에 사의를 표하자 검사들은 회의를 열고 채 총장의 중도 사퇴는 재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검사들의 집단행동 확산이 검찰 조직의 분열 심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지속하는 가운데 추 장관은 내달 2일 징계위원회 소집을 결정했다. 주말 빼고 사흘 지나면 윤 총장의 징계 수위가 판가름 나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윤 총장은 전날 심야에 직무배제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낸 데 이어 이날 배제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도 낸다. 법무장관의 행정행위가 불법이라며 검찰총장이 법원에 심판을 구하고 나섰으니, 이야말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부의 불명예 기록이 될 듯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서는 국정 최고책임자이자 행정수반으로서 둘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 크고, 시민들에게 대통령이 자기 판단을 설명할 필요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검찰총장 직무배제이지만 근본 배경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무한대결이며 본질은 양인이 대변하는 세력 간 검찰에 대한 현실인식 차이다. 추 장관 편에서 보면, 구습을 못 버린 검찰은 선택적 정의에만 익숙하다. 주목받는 '산 권력' 수사는 물불 안 가리지만 관심 밖 야당 수사와 제 식구 수사는 어영부영한다는 거다. 검찰이 정의를 독점한 무오류 집단인 듯 행세하며 엘리트주의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은 내내 한다. 정치적 독립을 강조하는 윤 총장이 차기 대권후보 여론조사에 이름이 오르고 야권주자로 1위까지 차지하는가 하면 국회 답변에서 퇴임 후 정치 할 가능성을 닫지 않은 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하는지 묻는다. 반대로 윤 총장 쪽은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수사의 예에서 보듯 자기들이 산 권력을 엄정 수사하니까 밉보여서 탄압받는다고 본다. 장관의 잇단 총장 감찰과 수사지휘권 발동이 증거라고 한다. 지난 정권 적폐수사 할 땐 잘한다며 당근을 주더니 자기들 잘못을 겨누니까 말을 잘 안 듣는다며 찍어내려고 한다는 거다. 검찰 개혁은 참칭일 뿐 검찰을 장악하여 산 권력 수사를 못 하게 하고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하려 든다는 의심인 거다.

양편은 두 생각을 극단화하여 여론을 모은다. 몹쓸 진영 정치다. 경쟁하며 협력해야 할 파트너는 사라지고, 배제하고 포용해야 할 적과 동지만 남는다. 코로나 대응 등 안팎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이건만 이보다 불행한 일이 없다. 국민통합은 더 멀어지고 국정 에너지는 더 낭비되는 사태를 질질 끌어선 안 된다. 다 걸기식 싸움이 된 두 사람의 갈등 사태는 이미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서로 해결됐다고 간주할 시점 이후까지도 후과가 크게 우려된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와 양인 간 법적 다툼, 청와대가 예고한 개각 등을 거쳐 비정상적 상태가 가능한 한 빨리 정리돼야 한다. 집권 세력이 말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과도하면 정치가 검찰을 덮을 수 있고, 검찰이 말하는 정치적 독립이 과잉하면 검찰이 정치를 휘두르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개혁은 결국 그 중간 어디쯤일 수밖에 없다. 민주적 통제 하에 국민의 신뢰를 받는 개혁된 검찰로 가는 길은 아직 멀었다. 진짜 검찰 개혁을 완수하려거든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고 정부의 권위와 신뢰부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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