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간인, 고성 GOP 철책 넘을때 핵심 감지장비 나사 풀려 작동 안해

연규욱 2020. 11. 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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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조사결과 공개
3중 감지장비 모두 무용지물
軍, 뒤늦게 전수조사 나서
하태경 "해안경계 CCTV서
중국이 심은 악성코드 발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26일 국회에서 군 해안경비용 CCTV에서 중국 업체가 군사 기밀을 몰래 빼돌리는 악성코드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달 초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북한 민간인 남성이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어 월남할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던 것은 핵심 감지 장비의 나사가 풀려 있었기 때문으로 군 조사 결과 나타났다. 월남한 A씨가 움직임을 감지하는 삼중 장비를 모두 피해 철책을 넘었고, 이 과정에서 특히 최종 장애물 격인 감지 유발기는 아예 먹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뒤늦게 감지 유발기를 전수조사하는 등 감시 장비를 보강할 계획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5일 동부전선 GOP에서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언론에 공개하며 월남 사건 발생 20여 일 만에 관련 조사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합참은 지난 3일 A씨가 GOP 철책을 넘을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원인을 정밀 확인한 결과 당시 A씨가 철주(철제 기둥)를 이용해 GOP 철책을 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GOP 철책의 과학화 경계 시스템은 이중(또는 삼중) 철책 중 남측 철책에 설치돼 있는 △광망 철책 △상단 감지 브래킷 △상단 감지 유발기 등 감지 장비 세 가지로 이뤄져 있다. 우선 그물형 광망이 약 3m 높이 철책을 빼곡하게 덮고 있다. 철책을 넘기 위해 이 광망에 발을 디뎌 오르면 경보음이 울린다. 군은 A씨가 Y자 철주를 타고 올라 광망에 전해지는 힘이 분산돼 특정 힘이 가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돼 있는 상단 감지 브래킷과 상단 감지 유발기도 무용지물이었다. 철책을 지탱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Y자 철주의 상단에는 감지 브래킷이 부착돼 있다. 이 철제 브래킷을 밟으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광선(광섬유)들에 하중이 가해져 절곡을 유발하고 역시 경고음이 울리게 된다. 그러나 A씨가 월책할 때 이용한 철주에는 이 브래킷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철주 맨 상단 모서리를 덮고 있는 직육면체 모양의 감지 유발기 역시 내부에 광선들이 설치돼 있어 일정한 무게로 눌리면 경보음이 울린다. 그러나 A씨가 밟고 넘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철주의 감지 유발기는 나사가 풀려 있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군은 감지 유발기를 제작 업체와 함께 전수조사해 일제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감지 브래킷 미설치 지역은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군은 그러면서도 과학화 경계 시스템상 결함이 군의 '늑장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은 여전히 부인했다. GOP 철책에서 경고음이 울려 병력을 출동시키는 것과 열상감시장비(TOD)로 미상 인원을 포착해 작전을 수행하는 것에는 속도상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당시 군은 A씨가 GOP 철책을 넘는 것을 TOD로 확인했으나 이후 그를 체포하는 데까지는 14시간이 소요됐다.

한편 해안 경계 시스템에서는 중국 쪽 서버에 군사 기밀을 넘겨주도록 설계된 악성코드가 발견되는 등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드러났다. 26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해·강안 경계 시스템 취약점 점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우리 육군에 감시용 폐쇄회로(CC)TV 215대를 납품한 중국 업체는 군사 기밀을 빼돌리는 악성코드를 장비에 심은 뒤 납품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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