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special] 축구의 신, 신의 품에 안기다

류청 2020. 11. 2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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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Andrew Murray, 유지선 객원기자]

“마라도나는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다. 내가 백 만년을 뛰어도 마라도나에게 근접하지는 못할 것”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한 말이다.

전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인 디에고 마라도나가 25일(현지시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별이 졌다. 마약, 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선수’ 마라도나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메시까지 엄지를 치켜세운, 위대했던 축구선수 마라도나의 모습을 돌아봤다.

빈민가에서 공을 차던 마라도나는 로스세볼리타스의 프란시스코 코르네호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코르네호 감독은 마라도나에게 “몇 살이니”라고 물었고, “8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마라도나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코르네호 감독은 곧장 마라도나의 집으로 가, 그의 어머니에게 나이를 증명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1970년 아르헨티나의 명문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의 유소년 팀 격인 로스세볼리타스에 스카우트된 마라도나는 16세 생일을 열흘 앞둔 1976년 10월 20일, 1부 리그 데뷔를 이뤄냈다. 당시 아르헨티노스를 이끌던 카를로스 몬타스 감독은 벤치에 있는 ‘꼬마’ 마라도나에게 말했다. “네가 아는대로 해보렴. 가능하다면 ‘알 넣기’를 한번 해봐라” 실제로 마라도나는 불과 몇 분 만에 수비수 후안 도밍고 카브레라의 다리 사이로 가뿐하게 공을 빼냈다.

마라도나의 명성을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보카주니어스의 수문장이었던 우고 가티는 아르헨티노스주니어스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마라도나는 축구를 아주 잘하는 뚱보”라고 표현했는데, 마라도나도 “그가 서있는 골문에 4골이나 넣어줄 것”이라며 응수했다. 약속을 지켰다. 이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페널티킥 1골, 1대1 상황에서 1골, 프리킥으로 2골을 넣으며 아르헨티노스의 5-2 대승을 이끌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이후 마라도나는 향하는 클럽마다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보카주니어스에서 리그 우승을 함께했고, 1982년 당시 최고 금액인 이적료 500만 파운드를 기록하며 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1983년에는 안도니 고이코에체아의 거친 태클에 발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 생활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마라도나는 부상에서 복귀해 바르셀로나를 코파 델 레이 결승까지 이끌었다.


마라도나는 1984년 나폴리로 이적하면서 또다시 최고 이적료를 갈아치웠다. 나폴리에서 보낸 7년은 마라도나를 레전드 반열에 올려놓은 시간이었다.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합류하기 전까지 세리에A 정상에 근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라도나를 품에 안은 나폴리는 1987년과 1990년 두 차례나 세리에A 정상에 올랐다.

이 시기에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1986 멕시코 월드컵’은 마라도나 월드컵이라 불리기까지 한 대회다. 당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호르헤 발다노, 호르헤 부루차가 등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지만,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불가능해 보였던 월드컵 우승을 이뤄냈다.

물론 옥의 티도 있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신의 손’ 논란이 불거졌다. 쭉 뻗은 팔로 득점한 마라도나는 동료들에게 “얼른 와서 나를 껴안아! 그렇지 않으면 심판이 골로 인정하지 않을 거야”라고 외쳤다고 한다. 잉글랜드 팬들로선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불과 3분 뒤, 마라도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골이 터졌다. 마라도나는 상대 선수 피터 비어즐리, 피터 리드, 테리 부처(2회), 테리 펜윅을 차례로 제치고, 68미터 가까이를 드리블한 뒤 골을 터뜨렸다. 당시 경기에 뛰었던 잉글랜드의 레전드 게리 리네커마저 “박수를 치고 싶었다. 이전까지는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라며 극찬했다. 리네커는 “이렇게 아름다운 골을 넣는 건 불가능하다. 마라도나는 단언컨대 오랫동안 역대 최고의 선수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한 시즌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이를 기점으로 마라도나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많은 이들이 위대했던 ‘선수’ 마라도나를 기억하고 있다. 마라도나의 타계 소식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영원한 축구 천재와 작별을 고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고,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도 “당신은 우리의 기억 속에 언제나 있을 것”이라며 추모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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