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전설들이 기억하는 마라도나는?
[스포츠경향]
향년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한국 축구의 전설들과도 인연이 많다. 늘 승부를 가려야하는 ‘적’의 입장이었지만, 그런 그들도 축구 선수로의 마라도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였다고 입을 모은다.
허정무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65)은 선수와 감독으로 마라도나와 대결해본 흔치 않은 케이스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태권 축구’라고 불리는 잊지 못할 장면을 만드는 등 마라도나를 전담 마크했으며,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해 조별리그에서 마라도나가 사령탑으로 있던 아르헨티나와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허 이사장은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다. 축구에서는 전 세계를 통틀어 전설적인 선수였다. 명복을 빌고 싶다”고 말했다.
허 이사장이 기억하는 마라도나는 그야말로 ‘천재’였다. 허 이사장은 “내가 반딧불이라면, 마라도나는 태양처럼 빛나는 선수였다. 선수로서 누구보다 존경할만했다”며 “공이 발에 붙어다니는 드리블 솜씨와 패스하는 시야가 워낙 탁월했다. 키가 작지만 탄탄한 체격과 생고무 같은 탄력같이 자랑했다. 축구 지능은 의심의 여지 없는 세계 최고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나마 당시 대회에서 우리와 할 때 가장 못했다. 반대로 벨기에, 잉글랜드를 만나서는 원맨쇼를 했다. 우리가 다소 거칠게 대응한 부분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라도나는 선수시절 쌓아올린 업적에 비해 지도자로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지략대결을 펼쳐 본 허 이사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허 이사장은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다. 그래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수 싸움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우리와 경기를 앞두고 한국 축구가 거칠고 태권 축구를 한다고 어필했다. 이는 심한에 대한 무언의 압박으로,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그런 수 싸움을 할 줄 아는 승부사였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당시 아르헨티나에 1-4 완패를 당했다.
최순호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58)이 기억하는 마라도나도 허 이사장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1979년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차지한 세계 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 때 한국 19세 이하 대표팀에 뽑혀 출전했다. 당시 같은 조가 아니라 붙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밖에서 지켜본 것만으로도 남다른 영감을 줬다. 멕시코 월드컵 때는 허 이사장과 함께 대표팀에 뽑혀 아르헨티나전에 출전해 맞대결을 펼쳤다.
최 전 감독은 “1979년 때는 앳된 얼굴의 신성이었고, 1986년 때는 원숙미가 느껴지는 국가대표였다. 두 번 모두 그라운드 위에서 완벽했다”며 “마라도나라는 이를 능가할 선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마라도나야말로 진짜 ‘천재’ 소리가 아깝지 않은 선수라고 극찬했다. 최 전 감독은 “최고의 축구인이었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대회에서 부딪혀보면서 진짜 천재라는 것을 알았다”며 “천재라면 본인이 부끄럽지 않으면서 타인이 인정해야 하는데, 마라도나가 바로 그런 선수였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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