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확진 제로..함께 넘은 코로나의 벽, 역사에 남을 2020 KBO리그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2020. 11. 26. 16: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NC 선수들이 24일 한국시리즈 우승 뒤 시상식에서 ‘덕분에 챌린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사상 초유의 위기였지만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완주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범경기를 취소하고 예정일을 40일 이상 지나 겨우 개막한 2020년 KBO리그가 사상 첫 고척돔 중립경기로 한국시리즈까지 마치면서 무사히 막을 내렸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단조차 144경기는 무리라고 했다. 메이저리그는 162경기를 3분의 1가량인 60경기로 축소해 치렀고 일본프로야구(NPB)도 143경기를 120경기로 줄였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친 올해 한·미·일 프로야구 중 예정된 경기 수를 모두 소화한 리그는 한국의 KBO리그뿐이다.

모두가 ‘한 번 쯤 중단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안고 조심조심 시즌을 치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부터 10개 구단, 선수 개개인과 관중까지 모두가 경계를 늦추지 않은 덕분에 KBO리그는 새 챔피언이 탄생하는 역사를 만들며 계획했던 일정대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수십명이 동고동락해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단에서 완벽한 방역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갑자기 닥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KBO가 내놓은 매뉴얼이 리그를 지켜낸 핵심이다. 구단들은 선수들을 잘 관리했고 선수들은 각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 절제된 생활로 시즌을 보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도 모두 개막 전후로 확진자가 발생해 훈련을 중단하고 경기가 취소되는 사태를 겪었지만, 정규시즌 720경기에 포스트시즌까지 총 732경기를 치른 KBO리그에서는 1군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군과 육성군을 포함해서도 8월말 한화에서 발생한 2명이 전부다. 곧바로 격리됐고 더이상 번지지 않았다.

KBO는 모든 선수의 휴대폰에 자가진단 알림 앱을 설치해 매일 상태를 보고하도록 했다. 구단은 열 나는 선수가 있으면 즉각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고 격리했다. 한화 2군 확진자 발생에 이어 시즌 막바지 KT 멜 로하스 주니어가 고온 증세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또 한 번 리그가 긴장 상태를 겪기도 했지만 로하스도 무사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운동을 하면 아무래도 체온이 오른다. 로하스만 보도됐지만 사실 코로나19 검사 보고가 내내 속출했다. 일주일에 한두명씩은 받았고 그때마다 모두가 가슴 졸이며 수 차례 확인했다. 다행히 확진 사례는 아무도 없었다”며 “144경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 처음에는 부담을 안고 시작했지만 구단과 선수단, 관중이 모두 잘 협조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관중 부분 입장이 시작된 지난 7월26일 잠실구장의 관중들이 발열체크 후 일정한 간격을 둔 채 입장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야구 경기 중 KBO가 100% 제어할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이 관중이다. 팬들의 자발적 협조는 무사히 시즌을 마치기까지 가장 큰 성공 요인이 됐다. 다중이 모이는 야구장에서 관람 중 감염된 사례가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은 것은 기적 같은 일로 평가받는다.

8월에 잠실구장을 방문한 관중 한 명이 확진을 받아 한 차례 비상이 걸렸지만 다행히 추가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모두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한 자리 이상씩 띄어앉으며 방역 수칙을 잘 지킨 결과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초반 논란이 됐던 일부 관중의 육성응원도 경기를 거듭하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류대환 사무총장은 “가장 걱정한 부분은 팬들이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는 응원에 몰입하면 흥분하게 돼 방역 수칙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팬들이 협조를 잘 해주셨다. 방역에 대한 성숙된 문화가 이 정도로 안착돼 있다는 사실을 포스트시즌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얼마나 더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단기간에 종식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KBO리그는 코로나19를 다같이 견뎌낼 준비를 해야 한다. KBO와10개 구단은 관중 수익이 뚝 떨어진 채로 또 새로운 시즌을 치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내년 스프링캠프 소집 전까지 흩어질 선수단 방역도 고민해야 한다. 류대환 사무총장은 “올해 매뉴얼도 일부 수정하고, 비시즌 선수단 관리에 대한 새 지침도 준비하고 있다. 12월까지는 올시즌 경험을 토대로 잘 정리해 내년 대책을 마련하는 준비기간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단 방역이다. 강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강조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