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으로 간 '신의 손'.. 펠레 "언젠가 하늘서 함께 공 찰 것"

26일 오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바이에른 뮌헨-잘츠부르크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조 조별리그에 앞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추모하는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상영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나온 디에고 마라도나(왼쪽)의 ‘신의 손’. AP 연합뉴스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라도나 향년 60세 사망

뇌수술 후 자택서 심장마비로

1986년 월드컵 우승 이끌어

아르헨티나 영웅으로 떠올라

찬사속 잦은 기행 ‘악동’ 별명

메시 “전설 디에고여… 안녕”

호날두 “영원한 천재와 작별”

아르헨티나가 배출한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AP통신 등은 현지시간으로 25일 마라도나의 대변인인 세바스티안 산치의 발언을 인용, 마라도나가 이날 오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티그레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60세.

마라도나는 지난 3일 뇌 수술을 받았고, 알코올의존증에 따른 금단현상 탓에 11일 퇴원했으며, 이후 자택에서 머물렀다. 라나시온 등 아르헨티나 언론은 “9대의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으나 마라도나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 전 세계는 마라도나를 애도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는 SNS에 마라도나의 사진과 함께 “전설이여, 안녕. 아르헨티나 국민과 축구계에 매우 슬픈 날이다. 그는 우리를 떠나지만 떠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디에고는 영원하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는 “분명히 언젠가 하늘에서 우리가 함께 공을 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투갈 대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오늘 나는 친구와 작별했고 세계는 영원한 천재와 작별했다. 그는 너무 일찍 떠났지만 무한한 유산과 채워질 수 없는 빈자리를 남겼다.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마라도나는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 축구계를 호령했던 불세출의 스타. 키 167㎝의 단신이지만 폭발적인 드리블,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월드컵과 유럽 리그를 주름잡았다. 1960년 10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태어난 마라도나는 1976년 10월 20일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했으며, 17세이던 이듬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1979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는 마라도나의 이름을 지구촌 곳곳에 알린 무대. 마라도나는 옛 소련과의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의 3번째 골을 터트리며 3-1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1982년 유럽의 명문구단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적했고, 이탈리아 나폴리, 스페인 세비야 등을 거쳤다.

마라도나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부터 1994년 미국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특히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우승하며 골든볼(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당시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신의 손’이 탄생했다. 마라도나는 0-0이던 후반 6분 골키퍼와 문전에서 공중볼을 다투면서 교묘하게 왼손으로 공을 쳐 골문으로 집어넣었다. 반칙이었지만, 주심은 골로 인정했다. 마라도나는 당시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만들어낸 골”이라고 말했다. 마라도나는 A매치 91경기에 출전해 34득점을 올렸다.

마라도나는 각종 기행으로 ‘악동’이란 꼬리표도 달고 다녔다. 1994년 미국월드컵 도중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와 15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중도에 귀국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리그에서도 코카인이 검출돼 15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1997년 은퇴했지만 마약 복용, 건강 악화로 계속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08년 아르헨티나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지휘했으며 아르헨티나와 중동, 멕시코 등에서 프로팀을 지휘했다.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의 힘나시아 라플라타 감독을 맡았다. 지난달 30일 60세 생일을 맞이해 팀 훈련장에서 축하를 받았는데, 제대로 걷지 못하고 부축을 받을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모습이 공개됐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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