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경보음 울리지 않은 이유..'센서 고장'과 '촘촘하지 못한 센서'

[경향신문]

YTN 제공

북한 주민이 지난 3일 강원도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을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던 이유는 일부 감지 센서의 고장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감지 센서들은 촘촘하지 못했다. 군은 감지 센서를 정비·보강키로 했다.

합동참모본부와 육군은 지난 25일 월책 사건이 일어난 부대 인근에 있는 강원도의 한 GOP 부대에서 과학화경계시스템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은 기존에 있는 약 3.5m 높이의 철책에 3개의 감지 센서를 추가한 형태다. 우선 철책 남쪽 방향으로 그물망 모양의 ‘광망’ 센서가 있다. 또 ‘Y’자 모양의 철책 기둥 상단에는 또 다른 감지 센서인 ‘브라켓(bracket)’이, 철책 기둥 최상단에는 또 다른 감지 센서인 ‘감지 유발기’가 달려 있다. 이 밖에 철책 인근에는 일정 간격을 두고 열상감지장비(TOD)와 근거리·중거리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광망에 일정 정도의 힘이 가해지거나 광망이 끊어지면 경보음이 울린다. 브라켓과 감지 유발기에도 일정 정도의 힘이 가해지면 경보음이 울린다. 단, 모든 철책 기둥에 브라켓과 감지 유발기가 설치돼 있지는 않다.

북한 주민은 브라켓이 설치돼 있지 않은 철책 기둥을 타고 철책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그물망 모양의 광망에 일정 정도의 힘이 가해지지 않아 광망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 센서 3개 중 2개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나머지 철책 기둥 최상단에 있는 감지 유발기는 고장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 관계자는 “북한 주민이 가한 힘이 감지유발기에는 전달됐으나, 감지 유발기 내부의 나사가 풀려 있어 그 압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지 유발기는 군이 내부를 뜯어보지 못하는 형태로 운용돼, 그간 설치업체만 정비할 수 있었다.

해당 부대는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센서의 감도를 낮췄던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 관계자는 “바람 등 기상상황에 따라 부대장이 센서의 감도를 조절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감도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군은 철책 최상단에 있는 감지 유발기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일제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또 브라켓이 설치돼 있지 않은 철책 기둥에 브라켓을 설치키로 했다. 합참 관계자는 “취약지역에 감시장비를 추가로 설치하고, 정비 시스템도 강화한다”며 “조기에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 개량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 동부전선 GOP 남쪽 지역. 곽희양 기자

다만, 군은 GOP 월책 사건 관련 지휘관에 대해 문책은 검토하고 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센서의 정비·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서욱 국방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철책 뒤에서 (북한 주민을)검거했기 때문에 그렇게 잘된 작전이라고 말하지는 않겠고 아쉬운 점은 있다”면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경계작전 실패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