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후폭풍 앞둔 두산, 그래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이유

이석무 2020. 11. 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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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시리즈(KS)에서 NC다이노스에 아쉽게 패한 두산베어스가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기다리고 있다.

두산은 지난 24일 막을 내린 2020 한국시리즈에서 NC다이노스에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최근 6년 연속 KS 진출을 이룬 두산은 창단 후 통산 7번째 KS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가을야구를 10경기 이상 치르면서 체력적인 부담에 눈에 띄었다. 특히 한국시리즈 4차전부터 찾아온 극심한 타격 슬럼프가 뼈아팠다.

쉽지 않았던 2020시즌을 마친 두산은 더 험난한 스토브리그를 맞이한다. 두산은 지난 25일 KBO가 공시한 자유계약선수(FA) 명단에 무려 9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미 은퇴 의사를 밝힌 좌완투수 권혁과 올 시즌 부진했던 장원준을 제외하더라도 ‘두산 왕조’를 이끌었던 주축 선수 7명(허경민, 최주환, 오재일, 김재호, 정수빈, 이용찬, 유희관)이 포함돼 있다.

특히 내야진은 전면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3루수 허경민, 2루수 최주환, 1루수 오재일, 유격수 김재호 등 주전 내야수 전원이 FA 시장에 나온다. 이미 다른 구단에서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구체적인 액수까지 나오고 있다.

선수들도 이미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김재호는 포스트시즌 기간 인터뷰에서 “동료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내 인생에서 이렇게 좋은 멤버들과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사실 FA 이탈은 시즌 전부터 마음의 준비가 돼있었다. 오히려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코칭스태프의 연쇄 이탈이다. 이미 김원형 전 투수코치가 포스트시즌 기간 동안 SK 와이번스 새 감독으로 부임하며 팀을 떠났다. 두산은 2017년 한용덕 전 한화 감독, 2018년 이강철 현 kt 감독에 이어 최근 4년 동안 3명이나 타 팀 감독을 배출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에는 줄줄이 코치들의 이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공식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김민재 작전 코치가 SK 수석 코치로 내정됐고 조인성 배터리 코치는 선수 시절 뛰었던 친정팀 LG트윈스로 복귀한다. 조성환 수비 코치는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다. 이들 외에도 몇몇 코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두산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외국인선수들도 내년 시즌 잔류를 장담하기 어렵다. 올 시즌 다승왕과 승률왕에 오른 라울 알칸타라와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크리스 플렉센, 2년 연속 최다안타왕에 등극한 호세 페르난데스 등은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오래전부터 주목해온 선수들이다. 이들이 펼친 활약상이 있는 만큼 재계약을 위해선 납득할만한 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두산 구단의 상황을 볼 때 순탄한 상황은 아니다.

문제의 근원은 모기업 재정 사정이다. 두산베어스는 모기업의 어려움으로 시즌 내내 구단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자금 마련을 위해 2군 훈련장이자 클럽하우스인 베어스파크를 약 290억원에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매각했다.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다시 임대해 당장 짐을 싸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에도 두산이 다음 시즌 곧바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깊게 뿌리를 내린 ‘화수분 야구’의 전통 때문이다. 사실 두산은 오래전부터 정상의 자리를 지키면서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었다. 김현수, 양의지 등 핵심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어 떠났을 때도 그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장원준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도 두산 마운드는 강했다.

외국인선수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에이스로 군림했던 더스틴 니퍼트가 떠나자 롯데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조시 린드블럼을 영입해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린드블럼이 두산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하자 kt wiz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알칸타라를 데려와 특급 에이스로 변신시켰다.

두산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비록 패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차세대 에이스감으로 떠오른 ‘21살’ 김민규를 비롯해 홍건희, 이승진, 박치국, 최원준 등 20대 초중반의 영건들이 팀을 이끌다시피 했다. 홍건희, 이승진 등은 시즌 중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이다. 두산 프런트의 뛰어난 안목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록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기대에 못 미쳤지만 우완 에이스 이영하가 내년 시즌 선발로 부활한다면 만만치 않은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FA 보상 선수를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세대교체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과 구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오히려 장기적으로 팀을 건강하게 만들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시즌 중반에 선발로 전환해서 10승(2패)을 거둔 최원준 등 젊은 투수들도 많이 성장했다”며 “내년에는 젊은 투수들이 더 좋아질 것이다”고 밝은 미래를 자신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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