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에서 최고로..이동욱의 '납득이 리더십'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20. 11. 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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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이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이동욱 NC 감독(46)은 지난 24일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 감독이 됐다. NC 감독직을 맡은 지 2년 만에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선수 시절에는 이른바 ‘무명’이었다. 1997년 롯데에서 데뷔한 후 6년간 143경기에만 출전해 타율 0.221 등의 성적을 기록했고 2003년 나이 29세에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2004년 롯데에서 코치로 새출발하며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그 때 이 감독은 “내가 겪었던 부분을 선수들이 겪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들만큼은 최대한 원하는 야구를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마음 먹었다.

2007년 LG로 팀을 옮겨 선수들을 지도하던 이 감독은 2011년 창단한 NC에 수비코치로 합류하면서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제 9구단으로 창단한 NC는 맨땅에서부터 시작해야만했다. 실제 이 감독은 변변찮은 시설이 없는 전남 강진 운동장의 돌멩이를 골라내며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관이 뚜렷해졌다. 이 감독은 “지도 방법에서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감독이 선택한 건 데이터 야구였다. 선수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이 감독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3~2016년 팀 수비지표(DER) 1위를 이끌었다.

2019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데이터 야구를 표방하려는 NC 구단의 방향과 이 감독의 가치관이 맞아떨어졌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면면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NC의 2대 감독이 됐다.

이 감독은 카리스마를 앞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이 감독의 말에 큰 반박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이 감독이 소통을 하면서 선수들을 이해시켰기 때문이다. 용덕한 배터리 코치는 “선수들은 대개 말만 해서는 납득을 하지 못한다. 자료나 영상을 보여줘야 이해를 한다. 감독님은 ‘네가 지금 이런 모습이다. 영상을 봐라’면서 자료를 들고 와서 이야기를 하니 듣게 된다”고 했다.

올시즌 팀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강진성의 타격폼을 바꿀 때도 이 감독은 그를 ‘납득’시켰다. 레그킥을 버리게 하기 위해서 “나 처럼 선수 생활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덕분에 강진성은 개막 후 한 달 동안 타율 0.474 19홈런 등을 때려내며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이 감독은 “아무리 좋은 데이터가 있어도 현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은 데이터다. 내가 데이터를 만들지는 않는다. 데이터 팀을 믿고 수용할 건 수용하고 우리가 가야될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감독이 자신의 야구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강인권 수석코치는 “요즘 트렌드가 소통의 야구라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라며 “감독님은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선할 부분에는 귀 기울여 주시고 문제점도 빨리 찾게 한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에도 최대한 존중하려 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첫 해 팀을 꼴찌에서 5강까지 올려놨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결정전 1경기만을 치르고 가을야구를 마쳤던 이 감독은 “다음 시즌을 위해 보완해야할 점이 많다”고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 감독은 나름의 강직함이 생겼다. 2020시즌을 앞두고 대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가장 필요하다 느꼈던 토종 3선발을 발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구창모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이밖에 선수들의 부담감을 감독이 모두 지려 애썼다. 이 감독의 얼굴에는 주름이 늘어났다. 생겨난 주름만큼 NC의 성적은 상승했고 정규시즌 1위를 달성했다. 선수들은 “감독님이 두번째 시즌을 치르면서 뚝심이 생긴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뚝심은 한국시리즈에서 드러났다. 정규시즌에는 정공법을 썼던 이 감독은 단기전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자원인 드류 루친스키를 불펜으로 내보내면서 시리즈를 다시 대등하게 만들었다. 이 감독은 “2승2패를 맞추지 못한다면 이번 시리즈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승부수를 던지기 전까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결정하기 힘들었던 일”이라고 돌이켜보기도 했다.

이제 이 감독은 우승 감독의 반열에서 NC의 왕조를 이끈다. 이 감독은 “정말 꿈으로만 생각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2002년 야구를 승리로 끝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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