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은 文대통령.. 채동욱땐 朴정부 향해 "민주주의의 암흑"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 배제하고 징계 절차에 들어간 일에 대해 이틀째 침묵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야당은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모르는 척하고 있다”며 사실상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 추 장관과 민주당을 앞세운 채 뒤로 빠져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2013년 9월 채동욱 검찰총장이 개인 윤리 문제로 사퇴했을 때와 대조된다. 당시 채 총장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 지시를 내리자 스스로 물러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의 댓글 사건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당시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회담하면서 야당의 법무장관 교체 요구를 거부하자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밤, 암흑의 터널. 불통과 비정상을 확인한 만남. 답답하네요”라고 했다. 민주당은 “공개적이고 비겁한 국기 문란”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조국 전 장관도 “채동욱, 윤석열 찍어내기로 청와대와 법무장관의 의중은 명확히 드러났다”며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검사는 어떻게든 자른다. 무엇을 겁내는지 알겠다”고 한 바 있다.
그랬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금은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를 추 장관이 청와대와 교감하지 않고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금 무슨 언급을 할 경우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사징계법은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에 대한 징계 집행은 해임·면직·정직·감봉의 경우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징계위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판단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계속 침묵하는 것은 정치적·법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자신이 극찬하면서 임명했던 윤 총장을 직접 해임할 경우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이 될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변호사인 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면서 최소한의 법적 정당성을 갖춰 윤 총장을 사퇴시키는 절차를 밟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 장관을 앞세운 ‘차도살인(借刀殺人)’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추천위 회의에 참석했지만 윤 총장 관련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와 수사, 탄핵까지 거론하며 윤 총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정조사 추진 방안을 당에서 검토하기 바란다”며 “윤 총장은 검찰 미래를 위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혐의가 사실이라면 단순히 징계 처분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국정조사나 특별 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힐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해임하거나 국회가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사퇴하지 않고 버틴다면 적절한 시점에 대통령이 해임해야 한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 비위 혐의로 사법농단 세력에 대한 조속한 탄핵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적폐 검찰과 사법농단 세력이 한 통속이고, 영혼의 쌍생아”라고 했다.
일각에선 윤 총장 해임이 여의치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이 개각 때 추 장관을 교체함으로써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교체하면 윤 총장만 직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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