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두더지 잡기', 결국 증세 때문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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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지인은 몇해 전 마당을 헤집고 다닌 두더지에 골치를 앓았다.
두더지가 다닌 길 위의 잔디가 말라 죽기 때문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더지 같은 집값을 '핀셋'으로 잡으려는 정부의 의도가 궁금해져서다.
부산은 1년 전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가 이번에 다시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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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지인은 몇해 전 마당을 헤집고 다닌 두더지에 골치를 앓았다. 두더지가 다닌 길 위의 잔디가 말라 죽기 때문이다. 그는 집 뒷산에서 담벼락 밑으로 들어온 통로를 찾아 시멘트를 부어 막은 뒤 여러 방법을 시도하다 결국 약을 뿌려 두더지를 잡았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규제지역 집값도 못 잡고, 주변의 비규제지역 집값을 들쑤시기만 했다는 게 국민의 냉정한 평가다.
지난 19일에도 정부는 경기 김포와 부산, 대구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그러자 바로 파주, 창원, 경산 등 인근 지역 집값이 들썩였다. ‘풍선효과’만 양산한 꼴이다. 부산은 1년 전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가 이번에 다시 묶였다. 엄중해야 할 정부 정책이 이런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 자체가 어설프다는 반응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는데 몇몇 지역 ‘뒷북치기’식으로 규제해 봤자 그 돈이 흐름을 멈추겠냐는 것이다. 돈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처럼 다른 곳을 찾아 스며든다.
애초 정부가 두더지 잡기가 아니라 두더지 잡기 ‘게임’에만 관심을 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두더지 잡기 게임은 그냥 구멍에서 튀어나온 두더지를 때리면 된다. 실제로는 야행성인 두더지가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다.
정부는 왜 이런 게임을 즐길까. 정부가 정말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는 있는가.
국민은 “결국은 증세 때문이었다”라고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포나 부산 해운대구 등은 이제 대출액이 줄고, 집 살 때 여러 번거로운 절차가 생겨 당분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주민이나 신규 입주자 등은 규제로 묶이기 전까지 급등한 만큼의 재산세를 내년에 더 내야 한다.
이전부터 정부는 차곡차곡 부동산 세금을 올려왔다. 2018년에는 2%였던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로 올렸다. 내년에는 6%까지 인상된다. 23일부터는 역대 최대 고지세액 4조2687억원이 담긴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됐다. 내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 따라 또 오른 종부세를 준비해야 한다.
다주택자는 전월세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전가하고, 소득이 없거나 적은 은퇴자나 1주택 서민은 살던 집을 팔아야 할 판이다. 집을 팔려 해도 이번엔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거래세가 목을 조인다.
‘핀셋 증세’에 퇴로가 없다. 두더지를 잡을 때 가장 기본은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두더지 굴이 미로처럼 진행한 흔적을 찾아 일단 삽 같은 것을 꽂아 도망갈 길을 막은 뒤 그 앞에 갇힌 두더지를 퇴치하는 식이다. 이제는 정부가 국민을 퇴치 대상 두더지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 대학교수는 “이 정부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라고 말했다. 투기꾼은 놓치고, 어설픈 규제로 집값에 불을 지른 정부가 대다수 선량한 유주택·실수요자 지갑만 털고 있다는 얘기였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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