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배력 목적' 아니라면서..'사회공헌 위축' 볼멘소리 [공정경제3법 오해와 진실 (5)]

박상영 기자 2020. 11. 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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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추진

[경향신문]

M&A 맞선 방어 재원에 먼저 투입
공익법인엔 주식 출연 꺼릴 수도
법 개정안에 영향 받는 기업 적어
‘시행되더라도 효과 미미’ 분석도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된 대기업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자칫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로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공익법인에 주식 출연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활용되는 ‘무늬만 공익법인’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맞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계열사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임원 선·해임이나 정관 변경, 합병 등에 대해서는 총수일가(특수관계인) 지분과 합해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동안 의결권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이 같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일각에선 주장한다. 공익법인 의결권이 제한되면 공익활동의 재원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방어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해외의 경우 공익법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사례가 없는 만큼 개정안이 기업을 과도하게 옥죄고 있다고 재계 등에서는 말한다.

그러나 지배력 유지 목적이 아니라면 의결권 제한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위축될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동안 공익법인은 계열사 지분 보유를 통해 총수일가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왔다. 2018년 공정위가 진행한 공익법인 실태조사를 보면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은 의결권을 행사할 때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이들 법인은 지분 확보가 절실한 대표회사나 총수 2세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보유했다. 대기업 공익법인 자산에서 이들 회사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6.2%로 전체 공익법인(5.5%)에 비해 약 3배가 많았다. 그럼에도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6%에 그쳤다. 공익법인이 사회 환원을 위한 재원 마련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기보다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에 활용됐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있는 대기업 중 의결권 제한 효과가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하다. 실제 대기업 공익법인 80곳 중 의결권 제한으로 합병 결의에 필요한 지분이 3분의 2 미만으로 떨어진 회사는 롯데역사(롯데)와 유미개발(영풍) 두 곳뿐이다.

총수일가 측 지분이 50% 이상이었지만 의결권 제한으로 50% 미만으로 감소하는 회사는 삼성생명보험(삼성),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현대중공업), E1(LS) 등 3곳이었다. 노종화 변호사는 “이들 회사는 공익법인 지분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의결권 제한 후에도 50%에 가까운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외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임원 선임 건 역시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상훈 변호사는 “정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제도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공익법인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보호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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