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직무급제', 개별 노사협상 맡겨 진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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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5일 공공기관 임금 직무급제 도입 노력에 합의한 것은, 임금 격차의 한 요인으로 지목돼온 기존 연공급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논의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합의문에 직무급제 개편의 원칙과 방향이 담겨 있지 않고 세부 방안은 개별 기관의 노사협상에 맡긴 셈이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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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
세대·업체·업종간 임금격차 요인
개편 원칙·방향 합의 없어 '첩첩'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5일 공공기관 임금 직무급제 도입 노력에 합의한 것은, 임금 격차의 한 요인으로 지목돼온 기존 연공급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논의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합의문에 직무급제 개편의 원칙과 방향이 담겨 있지 않고 세부 방안은 개별 기관의 노사협상에 맡긴 셈이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경사노위는 이날 “객관적 직무가치가 임금에 반영되는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한다”며 직무중심 임금체계 개편은 획일적·일방적 방식이 아닌 기관별 특성을 반영하여 개별 공공기관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임금피크 인력운영 등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으며, “지속가능한 공공기관 임금제도 관련 후속 논의를 위한 노정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올해 기준 국내 공공기관은 340곳에 이른다.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는 호봉 상승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급제가 기본 뼈대다. 연공급제는 근속 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고용형태와 사업체 규모, 세대 간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왔다. 이에 견주면 직무급제는 직무의 역할과 특성을 임금 산정에 반영하는 것이어서 제대로 설계될 경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더 부합한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가 약 1년간의 진통을 겪은 끝에 나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는 옳지 않고 새로운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취임 뒤 국책연구기관(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직무급제 도입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을 폐기하고 마련하기로 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개별 공공기관이 노사협상에 들어가면 세부 방안을 두고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직무급제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개별 공공기관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단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한 노동 전문가는 “직무가치는 기관별로 따지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산업 단위에서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기관별로 중구난방이 돼버릴 수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노사가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금체계 개편의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는 “합의의 목표가 불분명하다”며 “공공기관은 같은 직무라고 해도 어느 곳에 소속돼 있느냐에 따라 격차가 크다. ‘초기업 단위’로 유사직무에 대해 사회적 임금 기준을 만든다는 게 직무급제의 의미인데 그 부분이 빠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 쪽은 “반쪽 합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임금체계같이 중요한 사안은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번 합의는 반쪽의 동의에 불과해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합의 내용에) ‘객관적 직무가치 반영’ 등은 기획재정부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내용만 담아 추진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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