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부당한 조치, 검찰 중립성 훼손" 일부 검사들 집단행동
직무 대행 조남관 차장 "초유 상황 어깨가 무겁고 안타깝다"
[경향신문]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이 정지된 25일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들의 반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부 검사들은 회의를 한 뒤 입장문을 내는 등 집단행동도 했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55·사법연수원 24기)는 이날 “어려운 시기에 검찰총장 권한대행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묵묵하게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초유의 상황에서 어깨가 무겁고 매우 안타깝다”며 “조직을 검찰개혁의 대의 아래 하루빨리 추스르고 검찰 구성원이 모두 힘을 합해 바르고, 겸손하고, 하나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직무정지로 차장이 총장직을 대행한다는 사실을 공식화하며 조속한 사태 수습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는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일부 검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동원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사법연수원 36기)는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총장 직무배제, 징계 청구에 대한 부산지검 동부지청 평검사들의 일치된 입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현시점에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를 명한 것을 위법·부당한 조치”라며 “진상 확인 전에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검찰제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로서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 소속 사법연수원 34기 이하 검찰연구관들도 회의를 개최한 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조치를 비판하며 재고를 요청했다. 윤원기 대검 연구관(34기)은 내부망에 올린 ‘검찰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에 대한 대검 연구관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검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며 법률에 의해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해, 수긍하기 어려운 절차와 과정을 통해 전격적으로 그 직을 수행할 수 없게 하는 법무부 장관의 처분은,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검사들은 개별적으로 추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김창진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장(31기)은 “장관이 하명한 사건을 수사하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법이 있어도 징계는커녕 직무배제도 이뤄지지 않고, 정권에 이익이 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면 총장도 징계받고 직무배제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적었다.
추 장관이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직무배제를 유보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정 차장은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계속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윤 총장은 월성 1호기 원전의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 등 정권에 불리한 수사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수현 제주지검 인권감독관(30기)은 “검찰 역사에 조종이 울리는 듯하여 우울하고 참담한 하루”라며 “이런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고만해라, 많이 묵었다 아니가’”라고 했다. 동료 검사들은 댓글을 통해 공감을 표하며 “이 정도면 계몽군주 정도가 아닌 절대왕정 아닌가”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31기)도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자”며 “정치인과 정치검사들의 심히 부당한 업무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는 검사들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썼다. 김경목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검사(38기)는 전날 “집권세력인 정치인 출신 장관이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내칠 수 있다는 뼈아픈 선례가 대한민국 역사에 남았다”고 했다.
법무부 내에서도 초유의 총장 직무정지 사태에 착잡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향후 평검사 회의가 더 개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허진무·이보라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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