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직무배제 위법" 집단성명..평검사 회의 열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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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 명령에 일선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평검사 20여명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는 건 위법·부당한 조치"라며 "진상 확인 전에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올렸다.
소장검사들의 집단행동인 '평검사 회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혼외자 의혹을 빌미로 감찰을 지시했을 때인 2013년이 마지막 소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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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업무 독립성·법치주의 훼손"
부산 동부지청 20여명도 "부당"
내부게시판 공개 비판도 이어져
"무서워서 어떤 말 할 수 있겠나"
"검찰개혁 아닌 검찰장악" 반발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 명령에 일선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평검사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집단행동의 방식인 ‘평검사 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총장의 참모조직인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30여명(사법연수원 34기 이하)은 25일 회의를 연 뒤 검찰 내부게시판에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를 재고해달라는 성명을 올렸다. 이들은 글에서 “수긍하기 어려운 절차와 과정을 통해 전격적으로 (윤 총장이) 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검찰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부당하다”며 “검찰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맡은 바 직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법무부 장관께서 지금이라도 직무 집행정지 처분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평검사 20여명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는 건 위법·부당한 조치”라며 “진상 확인 전에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올렸다.
검찰 내부게시판에는 간부급 검사들의 공개비판도 이어졌다. 윤 총장과 함께 국정농단 수사에 참여했던 김창진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장은 “정권에 이익이 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면 총장도 징계받고 직무배제될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며 “사실상 검사에 대한 경고”라고 적었다. 김 부장검사는 “검사가 과오를 범하면 징계를 받아야 하고 총장님도 예외일 수 없으나 (총장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직무배제된다면 무서워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장관 혼자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겠나.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검사와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검사들은 추 장관이 내세운 윤 총장 직무배제 사유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수현 제주지검 인권감독관은 “총장 직무배제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근거, 정당성과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직무배제 사유 어디에도 그런 문구는 없다. 우울하고 참담하다”는 글을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검사는 “독직폭행으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계속 일선에서 사건을 결재하는데 총장은 명확하지 않은 사유로 물러나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검찰개혁이 아닌 검찰장악”이라고 반발했다.
총장의 부재로 인한 수사지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검에서 근무한 한 검사는 “총장이 어떤 과정을 겪고 직무에서 배제됐는지 지켜본 조남관 차장검사가 예민한 사건을 제대로 결재할 수 있겠냐”며 “결국 법무부가 검찰을 원하는 대로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의 몇몇 부서는 부장검사 주재로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검사는 “평검사나 부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이 사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는데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의 일선 검찰청에서는 ‘평검사 회의’ 소집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 검사는 “광주·대전 등에서 평검사 회의를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집단성명은 이제 시작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장검사들의 집단행동인 ‘평검사 회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혼외자 의혹을 빌미로 감찰을 지시했을 때인 2013년이 마지막 소집이었다.
한편 이날부터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검찰총장 징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어깨가 무겁고 매우 안타깝다”며 “갈라진 검찰조직을 검찰개혁의 대의 아래 하루빨리 추스르고 하나 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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