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털어놓은 편지에 5년째 답장 '사막여우 비밀우체국'
한 달에 40~100여통 쇄도
봉사자들이 '희망 답장' 보내
[경향신문]
“저에게 답장을 주신 분은 아직 계신가요? 돌이켜보니 제가 살아 있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당신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수년 전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사진)에 편지를 보냈던 10대 청소년은 지난 4월 “무사히 어른이 됐다”는 소식을 다시 전해왔다. 가정불화로 힘들어했던 그는 당시 “빌고 빌어서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어른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속마음을 편지에 썼다.
사막여우 비밀우체국 활동가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눈앞에 있다면 다리라도 붙잡고 매달리겠지만 그러지 못하니 이렇게 간곡하게 답장하는 저를 봐서라도 살아주세요”라는 답장을 보냈다.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은 이 사연을 두고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사람들이 고민을 적어 보낸 편지에 5년째 답장을 해오고 있는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이 광주에 3번째 우체국을 열었다. (사)청년문화허브는 25일 “광주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에 사막여우 비밀우체국 광산지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비밀우체국은 사람들이 자신의 바람이나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 등을 편지에 써 우체통에 넣으면 답장을 해준다. 일본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영감을 얻어 2015년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 첫 우체통이 생겼다. 그동안 ‘나미야 비밀우체국’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해왔지만 지난 9월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우체국이 있다.
비밀우체국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한 달 100통, 현재는 40통 정도의 편지를 받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된 편지는 자원 활동가인 ‘사막여우’들에게 전달된다. 이들은 사연을 읽어보고 직접 답장을 쓴다.
편지에는 이직이나 창업, 친구 문제부터 심각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까지, 남에게 쉽게 털어놓기 힘든 간절한 마음이 담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에는 취업을 걱정하는 청년들의 고민이 담긴 편지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정두용 청년문화허브 대표는 “사람들은 속마음을 털어놓고 누군가가 자신들이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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