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수영' 넘어 폭풍 성장..'박태환을 넘어 세계로'
[경향신문]
6세 때 동호인 부모님 따라 입문
완벽한 영법, 고교 들어 ‘힘’ 붙어
올림픽 준비 “메달 노릴 것” 포부
한국 남자 수영의 역사는 박태환(31)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내며 역사의 대전환점이 마련됐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한국 남자 수영이 최근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굳건하던 박태환의 자유형 100m 한국기록을 깬 황선우(17·서울체고)의 등장 덕분이다.
25일 서울체고 수영장에서 만난 황선우는 “코로나19로 그간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돼 힘들었지만 이번에 결과가 잘 나와 기분이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6세 때 부모님 손을 잡고 찾은 수영장이 평생을 도전할 무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황선우는 “동호인 수영을 하시는 부모님이 수영을 정말 좋아하신다”며 “그런 환경에서도 난 사실 선수가 될 것으론 생각을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소년체전 선발전을 통과했는데, 어떻게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선수 등록이 됐고 그렇게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천재 소리를 듣던 선수 또한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도 “중학교 때까지는 내가 봐도 주목받던 선수가 아니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었다. 주위에서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영법이었다. 황선우를 지도하고 있는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영법만 놓고 보면 딱히 지적할 게 없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힘이 붙지 않았다”며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와 힘이 조금씩 붙기 시작하면서 형들을 따라잡았다. 여기에 노력까지 기울이니 기록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칭찬했다.
황선우의 폭풍 성장은 지난주 막을 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황선우는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25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박태환이 2014년 2월 작성한 48초42의 종전 한국기록을 0.17초나 단축시켰다. 이어 자유형 200m에서도 1분45초92의 기록을 내 박태환의 한국기록(1분44초80)에 1.12초로 접근했다. 이번 시즌 랭킹으로는 3위에 해당한다.
박태환과의 비교는 황선우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면서도 부담이라고 한다. 하지만 확실한 동기부여는 된다. 황선우는 “내가 처음으로 (박)태환이 형을 본 것은 지난해 전국체전 때다. 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삼아왔던 선수여서 마음이 설렜다”며 “언젠가는 태환이 형의 기록을 꼭 넘어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향하는 황선우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황선우도 스스로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황선우는 “처음에는 올림픽에 나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결선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지금은 메달을 노려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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