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뒤 '인생역전'한 감독, '납득'으로 선수들 '성적 반전'

김하진 기자 2020. 11. 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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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지휘봉 2년 만에 우승 이끈 이동욱 감독의 리더십

[경향신문]

NC 선수들이 지난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이동욱 감독(가운데)을 헹가래 치고 있다. 이석우 기자
6년 선수생활 143경기 출장뿐이던 무명선수, 감독 2년 만에 정상
자신이 겪은 경험 바탕으로 ‘뚜렷한 근거’ 들어가며 새 방향 제시
선수들 스스로 해답 찾아 노력하게 만들어…NC 급성장 발판으로

이동욱 NC 감독(46)은 지난 24일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 감독이 됐다.

NC 감독직을 맡은 지 2년 만에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선수 시절에는 ‘무명’이었다. 1997년 롯데에서 데뷔한 후 6년간 143경기에만 출전해 타율 0.221 등의 성적을 기록했고 2003년 나이 29세에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2004년 롯데에서 코치로 새 출발하며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그때 이 감독은 “내가 겪었던 부분을 선수들이 겪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들만큼은 최대한 원하는 야구를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마음먹었다.

2007년부터 LG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던 이 감독은 2011년 창단한 NC에 수비코치로 합류하면서 또 한번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는 맨땅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실제 이 감독은 변변한 시설이 없던 전남 강진 운동장에서 돌멩이를 골라내며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관이 뚜렷해졌다. 이 감독은 “지도 방법에서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감독이 선택한 건 데이터 야구였다. 선수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이 감독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3~2016년 팀 수비지표(DER) 1위를 이끌었다. 2019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데이터 야구를 표방하려는 NC 구단의 방향과 이 감독의 가치관이 맞아떨어졌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면면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NC의 2대 감독이 됐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이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이 감독은 카리스마를 앞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이 감독의 말을 큰 반박 없이 받아들인다. 용덕한 배터리 코치는 “선수들은 말만 해서는 납득하지 못한다. 자료나 영상을 보여줘야 이해한다. 감독님은 ‘네가 지금 이런 모습이다. 영상을 봐라’라면서 자료를 들고 와 이야기를 하신다”고 했다.

올 시즌 팀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강진성의 타격폼을 바꿀 때도 이 감독은 그를 ‘납득’시켰다. 레그킥을 버리게 하기 위해 “나처럼 선수 생활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덕분에 강진성은 개막 후 한 달 동안 타율 0.474를 기록하는 등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감독은 “아무리 좋은 데이터가 있어도 현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은 데이터다. 내가 데이터를 만들지는 않는다. 데이터 팀을 믿고 수용할 건 수용하고 우리가 가야 될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감독이 자신의 야구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강인권 수석코치는 “요즘 트렌드가 소통의 야구라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라며 “감독님은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선할 부분에는 귀 기울여 주시고 문제점도 빨리 찾게 한다. 코칭스태프의 의견도 최대한 존중하려 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첫해 팀을 꼴찌에서 5강까지 올려놨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결정전 1경기만을 치르고 가을야구를 마쳤던 이 감독은 “다음 시즌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했다. 토종 3선발을 찾는 과정에서 구창모를 키워내는 등 필요한 부분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은 “감독님이 두번째 시즌을 치르면서 뚝심이 생긴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뚝심은 한국시리즈에서 드러났다. 정규시즌에는 정공법을 주로 썼던 이 감독은 단기전에서 변칙 카드를 썼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자원인 드류 루친스키를 불펜으로 내보내며 시리즈를 다시 대등하게 만들었다. 이 감독은 “2승2패를 맞추지 못한다면 이번 시리즈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승부수를 던지기 전까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결정하기 힘든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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