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판타지·어릴 적 꿈..두 개의 '세계'를 완성한 '택진이 형'

이용균 기자 noda@ kyunghyangcom 2020. 11. 2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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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의 최강 아이템 '집행검'
세리머니에 등장, 스토리 담아내
야구만화광 소년의 희망도 실현

[경향신문]

김택진 NC 구단주가 지난 24일 한국시리즈 뒤 열린 축승회에서 샴페인을 들고 첫 통합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53)가 고척 그라운드에 섰다. 검은 천을 걷어내자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최고급 아이템 집행검의 대형 모형이 등장했다.

NC 포수 김태군은 “그냥 트로피려니 생각했다. 선수들 모두 그 순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구단주는 자신이 그 검을 드는 대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주장 양의지가 나와 그 검을 뽑아들었다. NC 다이노스 창단 첫 우승을 화려하게 장식한 세리머니였다.

‘택진이 형’이 야구로 꾼 꿈 중 하나가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NC 창단 대표이사였던 이태일 스포츠투아이 대표는 “구단주님과 야구를 두고 ‘영화 같은 다큐멘터리’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택진 구단주는 ‘리니지’로 대표되는 온라인 게임 회사인 NC소프트 대표이사다. 이 대표는 “게임 속 세계가 게임 안에서 판타지를 만든다면, 현실에서 또 하나의 세계 또는 판타지를 만드는 과정은 야구에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구단주는 야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NC 창단 기자회견 때 “어릴 적 야구만화를 보면서 키워왔던 꿈이 현실이 됐다”며 “빠른 공을 던지고 싶어서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고, 커브를 잘 던지고 싶어서 벽에다 공을 던지며 연습했다”고 말했다. 최동원의 열혈 팬으로 2011년 빈소에 조문을 갔을 때는 오열을 했다.

게임이 그 안에서 하나의 ‘유니버스’를 만든다면, 야구 역시 시공간을 엮는 ‘유니버스’를 만든다.

김 구단주의 야구는 또 하나의 유니버스다. 구단의 역사가 쌓이고, 선수라는 영웅들의 스토리가 엮인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되고 준비된 플레이에 우연이 겹치며 야구라는 경기를 만들어낸다.

‘유니버스’로서의 야구에 대한 이해는 선수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은 창단 초기부터 원정 숙소에서 1인 1실을 썼다. 모창민의 요청에 따라 FA 양의지 영입을 추진했다.

김 구단주는 창단 때 “야구로 감동을 줄 수 있고, 훌륭한 야구인을 배출할 수 있는 역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구단주로서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야구단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정규시즌 우승 확정 때는 “야구단을 창단하며 가장 필요했던 것은 기회였다”며 “NC소프트와 NC 다이노스 모두 끊임없이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힘과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 꿈과 목표의 첫 단추가 채워졌다. 9번째 구단의 첫 우승이 완성된 순간, 집행검 세리머니는 게임의 유니버스와 야구의 유니버스가 한곳에서 만나는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구단주가 아닌 양의지가 검을 뽑아들었다. 게임과 야구는 현실을 잊고 도망가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꾸는 곳, 기회가 열리는 곳이 된다. ‘택진이 형’이 꿈꾸는 유니버스다.

이용균 기자 noda@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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