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대통령이 국민에게 답할 때다
[경향신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정지시킨 초유의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윤 총장의 거취 결단과 법무부 진상조사·징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촉구하고, 국회 국정조사도 검토하라고 당에 지시했다. 국민의힘은 “법치와 민주주의 유린”이라며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하고 ‘추 장관 직권남용 처벌법’을 발의했다. 사상 첫 법무장관·검찰총장 간 소송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검찰에선 일부 대검 연구관들의 반발과 평검사회의 소집 움직임도 보였다. 소셜미디어도 온통 ‘추·윤 대치’로 덮인 하루였다.
추 장관이 지난 24일 저녁 발표한 윤 총장 감찰 결과와 처분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됐고, 청와대는 대통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큰 얼개는 윤 총장 징계·직무정지 절차를 밟겠다는 추 장관 보고를 대통령이 재가한 것이다. 법무부·대검 감찰부가 조사하고 판단했을 윤 총장의 8가지 징계 사유에 대해 추 장관은 제목·개요 외에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법관 사찰 의혹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윤 총장이 정치 참여 뜻을 시사하며 자초한 정치적 중립 논란은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반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과연 직무배제할 정도인지 따질 사유들도 있다. 그 규명과 판단은 곧 열릴 법무부 검사징계위에서 이뤄지고, 윤 총장이 예고한 행정·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에 의해 가려질 것이다.
현시점에서 시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법무·검찰의 수장이 맞부딪친 이 파국적인 상황을 어떻게 보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이 임박한 검찰개혁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윤 총장 징계 절차와 직무정지를 재가할 때 어떤 사유를 무겁게 봤는지 듣고 싶은 것이다. 1년4개월 전 윤 총장을 검찰총수로 세웠던 문 대통령이 그때와 다른 판단을 내린 배경을 이 혼란 속에서 시민들은 직접 들을 권리가 있다. 그 물음에 대답하는 것이 책임정치이고 결자해지일 수 있다.
추·윤 대치의 블랙홀 속으로 세상이 빠져들고 있다. 예산국회와 국정·민생 이슈가 이 파문 속에 다 묻히고, 국론 분열과 검찰의 내분·동요도 커지고 있다. 민주적 통제와 제도화,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개혁의 세 바퀴가 흔들리고 있다. 언제까지 이 갈등과 혼란을 지켜봐야 하는가. 문 대통령으로서는 입장 표명이 윤 총장 사태에서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추·윤의 인사권자이자 국정 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은 정치권이나 검사들을 넘어 이제 시민들에게 답할 때가 됐다. 그 시간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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