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대통령이 국민에게 답할 때다

2020. 11. 2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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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정지시킨 초유의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윤 총장의 거취 결단과 법무부 진상조사·징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촉구하고, 국회 국정조사도 검토하라고 당에 지시했다. 국민의힘은 “법치와 민주주의 유린”이라며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하고 ‘추 장관 직권남용 처벌법’을 발의했다. 사상 첫 법무장관·검찰총장 간 소송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검찰에선 일부 대검 연구관들의 반발과 평검사회의 소집 움직임도 보였다. 소셜미디어도 온통 ‘추·윤 대치’로 덮인 하루였다.

추 장관이 지난 24일 저녁 발표한 윤 총장 감찰 결과와 처분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됐고, 청와대는 대통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큰 얼개는 윤 총장 징계·직무정지 절차를 밟겠다는 추 장관 보고를 대통령이 재가한 것이다. 법무부·대검 감찰부가 조사하고 판단했을 윤 총장의 8가지 징계 사유에 대해 추 장관은 제목·개요 외에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법관 사찰 의혹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윤 총장이 정치 참여 뜻을 시사하며 자초한 정치적 중립 논란은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반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과연 직무배제할 정도인지 따질 사유들도 있다. 그 규명과 판단은 곧 열릴 법무부 검사징계위에서 이뤄지고, 윤 총장이 예고한 행정·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에 의해 가려질 것이다.

현시점에서 시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법무·검찰의 수장이 맞부딪친 이 파국적인 상황을 어떻게 보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출범이 임박한 검찰개혁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윤 총장 징계 절차와 직무정지를 재가할 때 어떤 사유를 무겁게 봤는지 듣고 싶은 것이다. 1년4개월 전 윤 총장을 검찰총수로 세웠던 문 대통령이 그때와 다른 판단을 내린 배경을 이 혼란 속에서 시민들은 직접 들을 권리가 있다. 그 물음에 대답하는 것이 책임정치이고 결자해지일 수 있다.

추·윤 대치의 블랙홀 속으로 세상이 빠져들고 있다. 예산국회와 국정·민생 이슈가 이 파문 속에 다 묻히고, 국론 분열과 검찰의 내분·동요도 커지고 있다. 민주적 통제와 제도화,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개혁의 세 바퀴가 흔들리고 있다. 언제까지 이 갈등과 혼란을 지켜봐야 하는가. 문 대통령으로서는 입장 표명이 윤 총장 사태에서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추·윤의 인사권자이자 국정 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은 정치권이나 검사들을 넘어 이제 시민들에게 답할 때가 됐다. 그 시간은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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