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택진이 형'의 집행검
[경향신문]
NC 다이노스 주장 양의지가 장대한 은검을 번쩍 뽑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그를 에워싼 동료들도 두 팔 뻗어 손가락 끝으로 검을 가리키며 환호했다. 지난 24일, 올해 프로야구 챔피언에 오른 NC의 우승 세리머니는 게임 속 피날레 장면 같았다. 국내외 야구계의 시선을 강탈한 검의 정체는 모기업 NC소프트의 인기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대표 무기 ‘집행검’의 모형이었다. 이 집행검 세리머니를 두고 미국 CBS스포츠는 “참신하다”고 소개했고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트로피가 아닐까”라고 평했다.
집행검 모형은 세리머니 직전 그라운드에서 구단주인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손수 공개했다. 어찌 보면 그가 직접 만든 것이기도 하다. 한국시리즈 경기 중에도 방영된 최근 리니지 광고에 김 대표가 노랑머리 대장장이로 출연해 열심히 망치질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우승 세리머니에 내놓을 집행검을 만들고 있었던 걸 이제야 알았다”며 “상상 속 게임 세상을 현실로 만들어버렸다”고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택진이 형’이라는 친숙한 호칭으로 통한다. 2017년 출연한 리니지 광고 안에서 ‘택진이 형’이라고 불리며 얻은 별명이다. 그는 베이스볼 키드이자 소문난 야구광이다. 야구만화를 보며 선수 꿈을 품은 어린이. 강속구 투수 최동원을 영웅으로 삼고, 빠른 공을 던지고자 팔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며 밤낮으로 연습했던 중학생. 고교 때 선수 꿈을 접은 뒤로는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는 새 꿈을 간직했다. 9년 전 NC 창단 때 기존 대기업 구단들이 야구단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비치자 “내 재산만으로도 100년은 꾸려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시리즈 매 경기를 ‘직관’하고, 선수단 지원을 아끼지 않은 관심과 열정도 남다르다.
리니지의 집행검은 쉽사리 만들 수 없는, 희귀하고 값비싼 최강의 무기다. 야구팬 ‘택진이 형’의 집행검은 NC 다이노스였다. 남보다 늦게, 바닥부터 출발한 그의 집행검이 9년 노력 끝에 한국 프로야구를 제패했다. 그는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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