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CTV 감시 피하려..웅크린 채 걸으니 1km에 2시간
중국에서 한 작가가 수도 베이징 도심에서 방범카메라(CCTV) 89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허리를 구부리고 목을 젖혀 1km 거리를 2시간 동안 걸어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고 24일(현지 시각) BBC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CCTV 감시망에서 얼굴만 가리는 데 성공했을 뿐 신체 곳곳은 CCTV에 찍혔다.
BBC에 따르면, 작가 덩 유펑(Deng Yufeng)은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CCTV를 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덩의 지휘에 따라 형광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허리를 웅크리거나 고개를 아래로 고정한 채 베이징 ‘행복길’(Happiness Avenue)을 걸었다. 거리에 설치된 CCTV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걸음으로도 걸어야 했다. 약 1.1km를 걷는 데 2시간 넘게 걸렸다.
덩은 퍼포먼스를 하기에 앞서 줄자로 행복길의 길이와 너비를 쟀다. 또 행복길에 있는 CCTV 89대의 위치를 지도에 기록하고 촬영 범위를 파악했다. 이어 온라인에서 퍼포먼스에 참여할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덩은 “참가자들은 CCTV에 얼굴이 찍히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으나 전신이 안 나오도록 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참가자 조이스 제(19)는 BBC 인터뷰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CCTV를 피하기가 힘들었다”며 “CCTV가 몇 대밖에 없어서 쉽게 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CCTV는 사방에 있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글로벌 분석·컨설팅 기업 아이에이치에스마킷(IHS Markit)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까지 수억대의 CCTV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대부분은 중국에 설치된다고 한다. 중국에선 지난 2018년까지 이미 약 2억대의 CCTV가 설치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까지 중국 CCTV 수가 5억6000만대로 늘어날 것이며 이는 중국인 2.4명당 1대 꼴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CCTV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는 만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 인구 1인당 살인 피해자 수는 미국의 10분의 1이다. 그러나 중국 시민들은 점점 CCTV가 자신들의 사생활, 개인정보 등에 미치는 영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덩의 사례처럼 중국 시민들이 드물지만 정부의 감시체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덩이 개인정보와 디지털 보안에 대한 중국 시민의식을 높이려고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8년 중국 우한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한 파란색 벽면에 자신들의 이름, 연령, 키, 전화번호, 은행정보 등이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
당시 덩은 “온라인 암시장에선 단돈 몇 위안으로 개인정보를 구입할 수 있다”며 중국인 30만명의 개인정보를 전시회에 공개한 것이다. 현지 경찰은 개장 이틀 만에 전시를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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