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K] '마스크'도 다른 비정규직..지금 노동현장은?

길금희 2020. 11. 2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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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마치 탄광촌처럼 까만 분진이 날리는 공장 한편.

노동자들이 쉴 새 없이 주물과 모래 등을 퍼 나릅니다.

영상 속 장소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자동차 엔진 생산 기기를 정비하는 이들은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노동자/음성변조 : "그 업무를 하고 나면 일단 입에서 이물감도 굉장히 많이 느껴지고요. 혓바닥이 까매질 정도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콧등도 조이고 해도 분진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지난 20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하청업체 앞에 모였습니다.

["꼭두각시 △△시스템은 물러가고, 진짜 사장 현대차가 해결하라! 해결하라, 해결하라!"]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다름 아닌 마스크 때문인데요.

앞서 보았듯이 노동자들의 가장 큰 애로점은 기계 보수 과정에서 나오는 분진.

그런데 지난 3월부터 사측이 분진 차단을 위해 지급해온 1급 방진 마스크를 다른 제품으로 교체한 게 문제가 된 겁니다.

정규직들이 쓰는 기존 마스크와 다르게 교체된 마스크는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입니다.

[노동자/음성변조 : "기존 것과 지금 걸 썼을 때, 한두 번만 써도 냄새가 확 많이 들어오는 것을 솔직히 작업하는 사람만 체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부분을 많이 느꼈고…."]

[노동자/음성변조 : "일단 좀 얇고요, 그다음에 잘 부착이 안 돼요, 여기에. 그래서 약간 헐렁거리고 잘 조여지지도 않고 해서 저희가 이제 직접 작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성능이 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회사는 그냥 구하기 어렵다고만 계속 그렇게 얘기했어요."]

노동자들이 건네준 근로 현장 사진들입니다.

얼굴 전체가 먹칠을 한 듯 온통 까맣게 뒤덮여 있는데, 마스크를 했다고 믿기 힘든 모습입니다.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마스크 하나에 의존한 채 분진과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

그들을 더욱 절망케 한 건 사측의 태도였습니다.

문제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퍼지며 논란이 되자, 사측은 그토록 구하기 힘들다던 1급 방진 마스크를 다시 지급했습니다.

노동자들은 허탈하기만 합니다.

[노동자/음성변조 : "그렇게 구하기 어렵다고 몇 달 동안 계속 씨름했는데, 진짜 단 이틀 만에 그렇게 돼버렸어요."]

차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공장에 근무하지만, 하청업체 인력이란 이유로 출입증도 없이 통근버스도 타지 못했습니다.

[노동자/음성변조 : "외주화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저희가 이제 출입증도 안 되고, 그냥 우리를 방문자 취급을 해서 방문증을 끊고 다니고 있고요. 통근버스도 안 타고 그다음에 상여금, 그다음에 보너스 설 연휴 해서 휴가비 이런 것도 절대 못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우려를 나타냅니다.

[이용철/전북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 "미세 분진에 노출되면 진폐증이 되면 결핵도 잘 생기고요. 이게 조금 더 진행되면 폐암도 올 수도 있고 중피종이라고 하는 암보다도 더 무서운 병도 올 수가 있고…."]

사측은 어떤 입장일까?

해당 직원들이 소속돼 있는 하청업체를 먼저 찾았습니다.

[하청업체 관계자 : "(전무님 계신다고 들었는데,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지금 다른 일 때문에, 여기 들어오시면 안 돼요. (여기 지금 안에 계신다고 들어서….) 회사 사무실에 막 들어오시면 안 되죠."]

집회가 열리던 날 노동자들은 업체와의 교섭을 시도해봤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돌아온 대답은 원청인 현대차의 지원 없이는 처우 개선이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김광수/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지회 사무장 : "처우 개선 문제는 옛날과 똑같습니다. 4개월 전 업체가 해준 말 그대로 원청이 안 해주면, 원청이 기선금을 안 올려주면 이 문제는 해결해 줄 수 없다."]

하지만 원청인 현대차는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관리 책임 의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저마다 목이 쉬어라 구호를 외치는 이들.

전태일 열사가 떠난 지 50주기를 맞았지만, 개선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최영심/전북도의원 : "하청업체가 열악한 환경이라는 걸 본인들이 알고도 그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은 자체가 잘못된 거죠.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킬 의무는 현대 자동차 본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크 한 장으로 극명히 드러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평등.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이수호/전태일재단 이사장 : "전태일은 오늘도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불평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혹사당하는 노동자, 억압받는 민중과 함께 있습니다."]

KBS 뉴스 길금희입니다.

[앵커]

2020 안전 전북, 안전 케이(K).

이어서, 금속노조 현대차 전주 비정규직지회 김광수 사무장과 자세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사무장님, 현대차가 차별 없는 근로 환경을 만들겠다며 자체 채용 비정규직은 줄였지만, 정작 하청업체 인력은 더 늘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현황과 고충,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길금희 기자 (gold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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