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수해 상처 여전..이젠 주민 갈등까지

하초희 2020. 11. 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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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춘천]
[앵커]

철원은 올해 여름 집중호우에다 지뢰까지 떠내려와 가을걷이도 제대로 못 했는데요.

폭우가 끝난 지 석 달이 다 됐지만 아직도 상처가 여전합니다.

하초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통째로 물에 잠긴 마을.

지붕 사이로 구조 보트가 오가고.

사람은 빠져나왔지만, 소는 우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석 달 후.

물은 빠졌고. 가재도구는 다시 집 안으로 들이면서 겉으론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집 안 사정은 다릅니다.

벽에는 물기 때문에 도배를 못 하고, 벽지 대신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얼룩과 곰팡이도 눈에 띕니다.

[이순자/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 "항상 이 머릿속에 그게 그냥 떠오르는 거야 물만 안 차면 이렇게 사는 거 좋죠. 뭐. 그런데 물차는 거, 제일 그게 제일 두려운 거야."]

민간인 통제선 북쪽의 또 다른 마을.

잘 사는 남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북한에 최대한 가까운 곳을 골라 만들었다는 마을이지만, 하필 고른 자리가 상습 수해지역입니다.

수해 당시에 터졌던 제방입니다.

지금은 임시복구만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휴전선에서 가까워 큰 비에 지뢰까지 떠밀려왔습니다.

["해결하라! 해결하라! 해결하라!"]

농작물 수확도 제대로 못 해 청와대 앞에서 시위도 해봤지만, 지뢰는 아직도 다 걷어내지 못했습니다.

근본적인 수해 예방을 위한 집단 이주 사업이 추진됐지만 이번엔 주민들 간 의견이 갈렸습니다.

어디로 옮길 지를 놓고 일부 주민은 아예 민통선 밖으로 떠나자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농사를 지으려면 민통선을 벗어날 수 없다며 맞섭니다.

[라면호/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 "(농작물) 선별 같은 거 하면 밤에 두 시고 열두 시고 어느 때는 양이 많을 때는 새벽 다섯 시에도 끝나고 하는데 영농증 가지고 출입하면서는 농사지을 수 없는 가정이에요."]

집도 새로 지어야 하는데 그 돈도 부담입니다.

[김종연/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이장 : "비용이 가장 문제에요, 저희는 천만 원 2천만 원도 아니고 거의 1억이 넘는 금액을 자부담을 안고 가야 된다는 것."]

물난리는 반복되고, 지뢰 위험에 주민 갈등까지, 상처가 회복될 날은 멀기만 합니다.

KBS 뉴스 하초희 입니다.

촬영기자:이장주

하초희 기자 (chohee2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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