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연구속보] 개는 코로나19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한국과학기자협회 2020. 11. 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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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탐지견 훈련에 참여한 6마리 탐지견. 딕비, 재스퍼, 스톰, 노먼, 스타, 애셔(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메디컬 디텍션 도그(MDD) 제공

애셔와 스톰, 메이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애완견들이었다. 애셔는 종종 별난 행동을 하는 괴짜견이었고 스톰은 일광욕을 좋아했다. 암컷인 메이플은 뇌를 이용하는 것을 좋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이들은 조금 특별한 훈련을 받고 있다. 바로 코로나19의 냄새를 감지하는 훈련이다. 환자에 코를 갖다 대고 킁킁하고 냄새를 맡아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이들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탐지견으로 훈련받는 견공들은 더 많다.
 
조련사들은 개들이 거의 완벽하게 코로나19 환자를 골라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탐지견 훈련에 참여한 과학자들도 공항과 스포츠 경기장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 한 시간에 수백 명을 검사할 효과적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유전자 증폭기술인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진단키트보다 상대적으로 환자를 찾아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감염병 통제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탐지견을 훈련하고 연구하는 홀거 폴크 독일 하노버대 수의대 교수는 “탐지견들이 PCR 장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활용 가능성은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아직 동료 과학자들의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탐지견과 관련한 연구들이 대부분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고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상당수 바이러스 연구자들은 개의 후각을 이용한 코로나19 바이러스 탐지와 관련한 초기 연구결과들이 흥미롭고 유망하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질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각국 연구팀은 이달 3일 인터내셔널 K9 팀이라는 온라인 워크숍을 열어 그간 이뤄진 실험결과를 공유하고 연구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개의 코에는 3억 개의 후각수용체가 있다. 사람의 후각수용체가 500만~600만 개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 사람들이 맡지 못하는 낮은 농도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인간은 수십 년 동안 이런 개들의 뛰어난 후각을 활용해왔다. 공항에서 총기와 폭발물, 마약을 탐지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개를 훈련시켜 암과 말라리아를 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연구자들은 개가 어떤 냄새를 맡은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이들 병에 걸렸을 때 몸에서 방출되는 독특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의심하고 있다. 이들 분자가 증발하면서 개들이 골라낼 수 있는 독특한 향기를 낸다는 것이다. 앞서 과학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사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탐지견을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코로나19 초기부터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개에게 주로 용기에 담긴 땀 냄새를 맡게 한 뒤 감염 징후를 감지하면 바닥에 앉거나 발을 펴도록 훈련을 시켰다. 아랍에미리트와 핀란드, 레바논 공항에서는 실제로 탐지견에게 승객의 땀 샘플로 코로나19를 탐지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다음 기존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비교를 하고 있다.
 
이번 온라인 워크숍에서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핀란드와 레바논의 탐지견은 기존 검사에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증상이 시작되기 전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음을 사실을 확인했다.

프랑스와 레바논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리아드 사르키스 레바논 세인트 조지프 대 연구원은 탐지견 18마리를 훈련시키고 있다. 사르키스 연구원은 레바논 공항에서 진행된 실험에 최고 실력의 탐지견 두 마리를 투입했다. 두 탐지견은 1680명의 승객 샘플의 냄새를 맡았고 이 가운데 이후 PCR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은 158명의 사례를 찾아냈다. 네이처는 이날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탐지견들은 양성 판정에선 92% 정확도를, 음성 판정에서는 10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사르키스 연구원은 “이는 매우 정확하고 실행 가능하며 저렴하고 재현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사르키스 연구원은 탐지견을 학교와 은행, 교도소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현재는 한 쇼핑몰과 탐지견을 이용한 코로나19 검사를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대 병원의 바이러스학자인 이사벨라 에켈레 교수는 “탐지견을 활용한 검사는 검사 역량이 떨어지는 저소득 국가들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가 코로나19 냄새를 탐지할 수 있다는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실린 것은 폴크스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한 편뿐이다. 폴크스 교수도 당시 논문을 파일럿 연구라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입원한 환자 7명과 건강한 사람 7명의 입과 목에서 채취한 검체로 탐지견 8마리를 훈련시켰다. 이들 탐지견은 양성 사례는 83%, 음성 사례는 96%를 맞췄다.
 
표준 PCR 검사에서 위양성과 음성 비율은 사용되는 키트 브랜드와 검사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논문 선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올라온 리뷰에 따르면 같은 시료를 여러 차례 시험할 경우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테스트의 경우 위음성 비율이 2~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PCR 검사 결과에서는 위양성률은 최대 4%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 탐지견 연구는 너무 적은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대 펜벳워킹도그센터 신시아 오토 센터장은 탐지견이 코로나19라기보다도 샘플의 특정 냄새를 식별하는 방법을 배운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토 센터장 역시 코로나19 탐지견과 일하고 있는 전문가다. 아직 논문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토 센터장은 개가 코로나19 환자 소변과 땀 샘플과 건강한 사람의 샘플을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화학자들과 공동으로 개가 어떤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을 골라내는지 찾고 있다. 연구진은 대규모 데이터 세트를 수집하기 위해 코로나19 양성 판정과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밤새 착용한 티셔츠 1000장에서 땀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프랑스 알포르국립수의학교 도미니크 그랑 장 연구원과 사르키스 연구원을 포함한 공동 연구팀은 지난 6월 논문 사전공개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198개의 땀 샘플로 코로나19를 탐지하도록 8마리 탐지견을 훈련시켰다. 땀 샘플 절반은 코로나19에 실제 걸린 사람에게서 채취한 것이다.
 
음성 샘플들 속에 코로나19 환자 샘플을 숨겨서 넣자 탐지견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83~100% 양성 샘플을 찾아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음성 샘플을 얼마나 잘 식별했는지 과정이 어려워 실험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탐지견과 관련한 논문은 대부분의 리뷰어들이 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게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탐지견 연구가 유망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전자 교정 전문가인 표도르 우르노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탐지견 연구 데이터는 꽤 유망해 보인다”면서 “하지만 탐지견들이 양성과 음성 샘플을 얼마나 잘 식별하는지 더 큰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르노프 교수는 또 탐지견마다 임무 능력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랑장 연구팀에 따르면 탐지견 2마리는 양성 샘플 68개 가운데 68개를 찾아낸 가운데 한 마리는 57개 사례 중 10개를 놓쳤다.
 
스톰과 메이플, 애셔 같은 코로나19 탐지견을 훈련시키고 연구하는 제임스 로건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대 연구원은 “엄청난 주장과 작은 데이터는 너무 앞서 나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좀 더 광범위한 과학자 커뮤니티가 개가 코로나19 식별에 얼마나 유용한지 평가하기 전에 먼저 샘플 크기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3149-9

https://bmcinfectdis.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12879-020-05281-3

※출처  : 한국과학기자협회 포스트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060035&memberNo=36405506&navigationType=p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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