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간 추미애·윤석열 갈등..무엇이 급했나

정필재 2020. 11. 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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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법사위 출석, 與에 막혀 불발.. 檢 내부 집단반발 움직임
징계위 구성 전적으로 尹에 불리
秋법무, 尹 해임 의결 밀어붙일 듯

尹, 출근 안 하고 법적 대응 준비
집행정지 수용 땐 총장 수행 가능
檢 내부 "부당한 징계 좌시 안 돼
秋, 나쁜 선례 남겼다" 비난 폭주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정지 첫날인 25일 출근하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이 즉각 효력을 발생해서다. 윤 총장은 직무정지 명령이 떨어지자 “곧 돌아오니 흔들리지 말라”며 대검을 떠났고,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려다 여당의 반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날 변호인 선임 등 향후 법적 대응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검사징계위원회가 이르면 다음주 중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원 구성이 전적으로 추 장관의 뜻에 달린 만큼 윤 총장은 해임 등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 장관, 징계위 주도… 중징계 가능성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늦어도 다음주 중 징계위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에서 무혐의가 나오지 않으면 윤 총장은 해임이나 면직·정직·감봉·견책 중 하나의 징계를 받게 된다. 만약 감봉 이상의 징계가 의결될 경우 추 장관은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

징계위 구성은 윤 총장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우선 징계위원장은 추 장관이 맡는다. 검사징계법을 보면 징계위원은 추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을 뺀 5명을 모두 추 장관이 위촉하도록 명시돼 있다. 조건은 변호사나 법학교수, 또 학식이 풍부한 사람이다. 윤 총장을 비판해왔던 변호사 등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해임을 의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회는 징계위에서 법무부장관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외부추천 위원을 추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조항은 내년 1월2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윤 총장의 징계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추 장관은 징계위에 앞서 윤 총장의 출석을 명령할 수 있고 징계위원들은 필요한 사항에 대한 심문을 진행할 수 있다. 의결 과정에서 추 장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윤 총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전부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회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소송전 예고… 가처분 인용 땐 秋 타격

윤 총장이 징계처분에 불복할 경우 취소 및 무효소송을 낼 수 있다.

윤 총장은 본안 소송에서 패소하기 전까지 검찰총장직 유지가 가능해진다. 직무정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즉각 총장 업무에 복귀도 가능하다. 추 장관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윤 총장은 행정소송을 조력할 변호사 선임 작업 중이며 이미 윤 총장을 돕겠다고 나선 선후배 변호사들이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이 직무정지 후 집무실을 나가며 “곧 돌아오니 흔들리지 말고 역할을 다 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소송에서의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판사출신 변호사를 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판사들을 법정에 세웠던 만큼 윤 총장을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각이 곱지 않다”며 “이런 점 등을 감안해서 신중하게 변호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총장은 정치적 성향이 짙지 않고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건”이라며 “정치적인 오해를 받거나, 혹시 모를 로펌에 대한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공보업무에 있어 더 이상 대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대검 대변인실은 “윤 총장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기 때문에 대검 차원에서 직접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다”며 “윤 총장 개인 변호사가 선임 될 경우 직접 연락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명령이 내려진 후 첫날인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문구가 쓰인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전격 직무배제에 뒷말 무성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통상의 절차를 생략한 채 급하게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정지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전지검의 원전 수사를 기점으로 여권이 완전히 돌아섰고 청와대마저 법무부에 힘을 실어주는 기류로 전환되면서 추 장관이 즉각 실행에 옮겼다는 분석도 있다.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거부해 적극적인 수사를 펼쳤다고 생각하는 여권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거취 압박이 가해지자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펼쳤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에 이어 현 정부의 원전 정책에도 타격을 받을 경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될 가능성이 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추 장관이 법무부 특수활동비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준비위원회 등에 유용한 혐의를 포착당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글이 떠돌기도 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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