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포모텔 방화 사망 50대女..오갈데 없는 지체장애인이었다
두 달 전부터 모텔 투숙..친언니와 절친한 사장이 보호
사회 안전망으로 보호받지 못해..안타까운 죽음
"장례 치러줄 사람도 없어, 너무 불쌍하다"
사회 안전망으로 보호받지 못한 취약자가 방화에 의해 결국 변을 당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셈이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50대 여성 A씨는 이날 새벽 서울 마포구 모텔 화재로 인해 부상을 입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정신지체를 앓고 있었고 두 달 전쯤부터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금천구에서 살고 있던 A씨는 원래 친언니가 오고가며 보살폈으나, 친언니가 허리가 안 좋아져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등 도저히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친언니는 자신과 고등학교 동창 사이로 막역한 사이인 모텔 여사장에게 A씨를 일단 맡겼다고 한다.
모텔 여사장 남편 B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가 어려서부터 귀도 잘 안들리고 말도 제대로 못 했다"며 "(언니를 제외하고) 사실상 버려진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집을 나가면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왼쪽 팔에 고딕체로 집 주소를 적은 문신도 새겼다고 한다. 길을 잃게 되면 주변인 등의 도움을 통해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B씨는 "혹시라도 멀리 가버리면 찾지 못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 문신을 했다"라고 밝혔다.
모텔이 있던 곳은 재개발 지역이었다. 모텔을 비우고 곧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모텔 여사장은 이사를 가게 되면 오갈 데 없는 A씨를 데리고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화로 인해 A씨는 결국 생을 달리했다. 장례를 마땅히 치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B씨는 "언니도 건강 때문에 꼼짝 못 하는 상황"이라며 "제가 장례를 치러야 할 판이다. 해줄 사람이 없다. 너무 불쌍하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모텔 여사장 역시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당시 1층에 장기 투숙했던 방화 용의자는 모텔 여사장에게 술을 달라고 하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방안에서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모텔에서 살았던 여사장과 10대 딸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 갔다. 남편은 일이 있어 외부에 나가 있었던 상태라 화를 면했다.
B씨는 "술 먹고 소리 지르고 하다 보니까 오갈 데가 없어서 모텔을 왔다"며 "숙박비도 있으면 주고, 없으면 안 주고 했다. 어디서 쓰러져 있기도 하고 사정이 딱해서 밥도 챙겨줬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해당 모텔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이 투숙을 했던 이른바 '달방'으로 파악된다. 방이 텅텅 빌 때도 있었지만, 최근 공사 일감이 줄어들어 이날은 투숙객이 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화재는 이날 새벽 2시 39분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모텔에서 발생했다. 당시 모텔에 있던 주인과 투숙객 등 15명 중 4명은 빠져나왔지만, 11명은 연기를 흡입하거나 화상 또는 추락으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A씨를 포함해 상태가 위중한 2명은 결국 숨졌다. 나머지 9명은 중상 1명, 경상 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은 신고 접수 이후 약 30여 분만에 초진을 완료했다. 완진은 새벽 4시쯤 되서야 이뤄졌다.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 인원만 119명, 장비 31대가 투입됐다.
용의자는 방화 이후 맨발로 인근 편의점으로 도주해 "배가 아프다"며 119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응급차를 통해 실려 가다가 자신의 방화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는 한편,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울러 사망자에 대한 부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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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서민선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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