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CEO도 AI로 무장.."관리자도 데이터 알아야 품질결함 잡죠"

신찬옥 2020. 11. 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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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부터 국방까지..산업현장서 AI 배운다
CEO·부장부터 연구원까지
실무 활용하려 AI교육받아
"30년 쌓인 제조데이터 활용해
위험물질 인한 사고 예방할것"
과기부, 非IT기업 AI교육 지원

◆ 10만 AI인재 키우자 ② ◆

솔브레인 직원이 생산된 제품(Thin Glass)을 육안으로 검사하고 있다. 현재 사람이 눈으로 일일이 불량을 검사하고 있는데, 이를 머신비전 기술로 대체하고 사람은 추후 모니터링만 하면 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 제공 = 솔브레인]
데이터 경제를 이끌 핵심 인재들은 대학이나 대학원 같은 교육기관에서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산업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을 받아 업무에 접목할 때 훨씬 큰 시너지 효과가 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요 산업협회를 통해 제공하는 '산업전문인력 AI 역량강화사업' 지원 기업을 보면 반도체와 철강, 국방, 물류 등 전 산업에 걸쳐 AI 융합교육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중간관리자(부장급)까지 AI·소프트웨어(SW) 교육에 눈뜨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적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류상우 풍산FNS 대표는 한국국방기술학회에서 AI 교육 리더과정을 직접 들었다. 1984년 풍산그룹에 입사해 방산 수출 경력만 20년이 넘는 류 대표는 "우리 기술과 데이터를 결합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했다"며 "정밀유도무기에 들어가는 가속도계 센서 기술을 활용해 지진센서를 자체 개발하고, 지진 및 변위를 동시에 계측할 수 있는 변위센서는 카이스트와 공동개발해 홍천과 의정부 국토관리소 비탈면, 일산 59층 두산위브더제니스 등에 설치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변위센서란 구조물이 충격을 받았거나 노후했을 때 변형이 있는지 계측하는 센서를 말한다.

류 대표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집계하고 분석하느냐가 중요해서 KT와 다양한 SOC 분야 사업 협력을 위해 MOU를 맺었다"며 "AI 적용 등 기술을 고도화하면 전 국토의 교량, 터널, 댐, LNG 탱크, 초고층 건물을 상시계측,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로 시간을 내어 인재양성 교육도 하지만, 이처럼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다루면서 직원들의 AI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솔브레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같은 ICT 핵심 소재를 만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에 공급하는 회사다.

구민 솔브레인 ICT전략실 이사는 "3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회사다보니 제조 데이터가 많은데 '하나의 그릇'에 안 담겨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며 "전체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고 회사 특성상 위험물질을 다루는 실험도 많이 하는데 안전사고 예방과 데이터 관리를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브레인의 연구원은 130명에 달하지만 대부분 화학 전공자다. 이 회사는 시뮬레이터 활용을 위해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기존 연구원들이 시뮬레이터 값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재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구 이사는 2~3년 전부터 다양한 AI·SW 교육을 들은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반도체협회가 제공하는 'AI 필수 역량과 비즈니스 모델링' 수업을 들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핵심은 '외부와의 연결'"이라며 "임원들이 앞장서서 세미나도 듣고 교육도 받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현업에서 가장 혁신을 망설이는 이유가 '돈이 드는 데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인데, 개념증명(POC) 식으로 작게 시작해서 결과를 따라 전략을 수정하면서 혁신 범위를 넓히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도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진의 의지다. CEO가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강한 추진의지를 보일수록 성공확률이 높다고 구 이사는 강조했다.

KG동부제철은 당진과 인천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가전 등에 들어가는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회사다. 데이터 활용 역량 확보를 위해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면서 스마트팩토리로 변신하고 있다. 김진광 KG동부제철 설비부장은 "회사 차원에서 AI·SW 역량 개발과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며 "관리자 입장에서 직원들이 업무에 적용하도록 돕기 위해 철강협회에서 AI 역량강화 수업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화질 CCTV를 활용하면 동일한 패턴으로 나오는 품질불량이 어떤 결함인지 파악할 수 있고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을 것으로 김 부장은 보고 있다. 그는 "예전에 비전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면 확인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중간관리자들은 현장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만큼 AI 재교육을 받으면 바로 큰 방향성이 보이고 현장에 적용할 팁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간한 2019 정보화통계집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AI 기술·서비스 이용률은 0.6%에 불과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작년 초 국내 기업들의 IT·SW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기업 내 임원급 최고정보기술책임자(CIO)가 존재하는 기업은 2.5%에 불과했고 임원급이나 직원이 겸임하는 회사를 다 합쳐도 26.2%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비IT산업에서 AI를 현장에 적용하고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는 혁신동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비IT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올해 사업을 시작해 1800명이 교육을 받고 있고, 내년에도 1800명을 추가로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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