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과 신분을 상징하는 나무 [정동길 옆 사진관]

우철훈 기자 2020. 11. 2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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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재동 백송. /우철훈 선임기자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안에 수령 600년의 백송이 있습니다. 높이 17미터나 되는 나무의 기둥이 하얀색이라 눈에 잘들어옵니다. 밑둥이 하나이지만 두 개의 기둥으로 올라와 V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흰빛을 귀하게 여긴 우리 민족은 백송을 각별하게 생각했습니다.

재동 백송. /우철훈 선임기자


천연기념물 8호인 이 백송은 수령이 오래되고 쇠약해져서 1979년 오른쪽 줄기를 일부 잘라내는 수술을 하였고, 이후 생기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백송은 나무의 껍질이 커다란 조각으로 벗겨지면서 흰 빛이 나기 때문에 백송 또는 백골송(白骨松)이라고 합니다. 백송은 국내에 자생하는 나무가 아닙니다. 중국이 원산지입니다. 옛날에는 중국의 수도인 북경에서나 구할 수 있는 나무였습니다. 그렇기에 국내에서 기품 있는 백송을 집 안에 심어 기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중국을 드나드는 사신 또는 그만큼 지체 높은 사람이라야 가능했습니다.

우철훈 선임기자


국내에는 총 다섯 그루의 천연기념물 백송이 존재합니다. 국내 최고령 백송은 원래 ‘서울 통의동 백송’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죽고 없습니다. 하지만 통의동에 가면 백송터는 남아 있습니다. 나무는 죽었지만 백송의 밑둥이 남아있습니다. 1990년 7월 17일 태풍에 쓰러진 통의동 백송은 천연기념물 4호 였습니다.

1990년 통의동 쓰러진 백송./우철훈 선임기자


재동 백송보다 우람하고 커서 기품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백송이 죽고난 후 아쉬워한 주민들이 새끼 백송을 부근에 심었는데요.

우철훈 선임기자


지금은 30년이 지나 백송 그루터기 옆에 세 그루의 백송이 자라고 있습니다.

우철훈 선임기자


조계사 경내에는 수송동 백송이 있습니다. 수령 500년, 천연기념물 9호입니다.

우철훈 선임기자


대웅전 바로 옆에 있는 이 백송은 뿌리가 일부 드러나 있는데요. 뿌리도 하얀색입니다.

창경궁 백송./우철훈 선임기자


창경궁에 가면 춘당지 바로 앞에 백송이 세 그루 있습니다. 그중 둘은 아직 수령이 많지 않은지 기둥색이 청색이 많이 돌지만 유독 한 그루가 아주 하얀색을 띠고 있습니다.

창경궁 백송./우철훈 선임기자


세월이 지날수록 나무의 기둥의 껍질이 부분적으로 벗겨지면서 점점 하얀색을 띄게 됩니다. 나이가 먹으면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사람 처럼요.

우철훈 기자 photo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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