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기억까지 깜빡..무뚝뚝했던 양의지도 사람이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20. 11. 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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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NC 다이노스 원종현이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양의지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0.11.24 / 고척 | 이석우 기자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9회초 2사 후 NC 원종현이 던진 5구째 볼이 포수 양의지의 미트에 들어갔다. 두산 최주환의 배트는 헛돌았고 경기가 끝났다.

양의지는 포수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원종현과 와락 포옹을 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양의지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누워 울부짖듯이 포효하기도 했다. 고척돔에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가 울려퍼졌다.

경기 후 양의지는 “지난 시간들이 많이 생각이 났다.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감정이 많이 폭발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시리즈인데 ‘양의지 시리즈’라고 해서 엄청난 압박이 있었고 직전 몸 담고 있던 팀과 붙는다는게 많이 부담감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0.11.24 / 고척 | 이석우 기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난 뒤에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양의지는 “원종현을 껴안았는데 그 뒤부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감정이 너무 복받쳤는지 누워있었다. 그만큼 좋았다”고 했다.

4년 전 NC를 울리면서 생애 첫 한국시리즈 MVP를 받았을 때에는 덤덤한 엷은 미소를 띄며 시상대에 올라섰던 그는 두번째 팀에서 다시 MVP를 수상했다. 양의지는 “한 경기가 피말리는 경기였다”고 돌이켜봤다.

양의지의 마음 고생을 팀 동료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임창민은 “양의지라는 포수를 처음 겪으면 강한 인상을 받는다. 직설적으로 조언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간혹 오해를 살 수 있다. 게다가 무뚝뚝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다보면 알게 모르게 마음을 많이 쓰고 내면적으로는 물렁물렁한 부분이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양의지는 2019시즌을 앞두고 4년 125억원이라는 거액의 조건에 이적했다. 그는 농담처럼 “밥값을 해야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올시즌에는 주장의 중책도 맡았다. 임창민은 “팀을 강하게 바꾸려고 희생을 많이 했다. 시즌 중반부터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소리를 자처해서 했다. 악당 역을 맡아서 시즌 중간 미세하게 구멍이 생기려고 하면 메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도 양의지가 많은 것을 짊어졌다는 걸 잘 안다. 강인권 수석코치는 “실력을 넘어서 욕심이 정말 많은 친구다. 책임감이 강해서 왜 이 팀에 왔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팀이 무엇을 필요로해서 왔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배터리 코치인 용덕한 코치는 양의지의 몸 상태를 잘 안다. 허리, 무릎, 발목 등 작은 부상을 안고 뛰었다. 한국시리즈도 모두 소화했다. 용 코치는 “양의지는 대범할 때는 대범하고 섬세할 때는 섬세하다. 분위기도 빨리 파악하고 기민하게 생각해서 판단을 내린다. 우승하려면 큰 경기에서는 의지를 써야만 했다”고 했다.

양의지는 6차전 승리를 결정짓기 위해 투수 기용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동욱 NC 감독은 “양의지가 투수코치와 이야기하면서 ‘송명기는 몸 안풀어요?’라면서 빠른볼 투수가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솔직히 김진성을 더 갈지 송명기를 투입할 지 고민했는데 볼을 받는 양의지가 묻는 부분을 믿고 가야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8회 올렸다”고 말했다.

이틀 쉬고 선발로 등판한 드류 루친스키의 투혼도 이끌어냈다. 루친스키는 “양의지는 참 멋있는 사람이다. 같이 호흡을 맞출 때 한번도 부정적인 반응 보인 적 없다. 힘들거나 어려운 시점이 있을 때 먼저 일어나서 팀을 리드했다”고 말했다.

이제서야 양의지는 부담감을 내려놨다. ‘시리즈를 마치고 무엇을 가장 하고 싶느냐’는 물음에 양의지는 “기억 안 날 정도로 한 잔 마시고 잠을 푹 자고 싶다”고 했다.

한 시즌의 고생을 모두 짊어진 양의지는 기나긴 레이스의 피로도를 풀고 또 다시 달려간다. 양의지는 한 번의 우승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선수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들이 지키려면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1위를 할 수 있는지 느꼈기 때문에 내년도 준비해서 1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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