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작업한 '비미술' 저절로 좋은 작품 되다..이승택 대규모 회고전

박은희 2020. 11. 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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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오브제·사진·영상·회화 등 250점 전시..내년 3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이승택 작가가 야외공간에 설치된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비미술’과 ‘거꾸로’에 대한 개념만 알면 내 작업을 대충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이승택(88)의 대규모 회고전인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전이 25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했다.

이승택은 1950년부터 현재까지 모든 사물과 관념을 뒤집어 생각하고 미술이라고 정의된 고정관념에 도전해왔다. 설치·오브제·사진·영상·회화 등 25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함축한다.

이승택 작가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이승택은 지난 24일 진행한 언론간담회에서 “대학교 1학년 때 비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돌·목재 등 조각의 전통적인 재료가 아닌 비닐·줄 등으로 작품을 만드니까 전혀 다른 느낌의 미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세상을 거꾸로 보았다, 거꾸로 생각했다, 거꾸로 살았다”라며 “거꾸로 뒤집어서 연구하는 게 철학”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렵고 역설적인 철학책을 굉장히 많이 봤다”며 “정반합이라고 하지 않나, ‘거꾸로’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면 저절로 좋은 작품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전 6전시실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6전시실에서는 비조각을 향한 이승택의 혁신적인 조형 실험을 ‘재료의 실험’ ‘줄-묶기와 해체’ ‘형체 없는 작품’ 등의 주제로 살펴본다. 1960년대부터 전통 옹기를 비롯해 비닐, 유리, 각목, 연탄재 등 일상 사물들로 새로운 ‘재료 실험’에 몰두함으로써 당시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조각 개념과 결별하기 시작한다.

1970년 전후에는 바람, 불, 연기 등 비물질적인 요소들로 작품 제작을 시도하고, 상황 자체를 작품으로 삼는 소위 ‘형체 없는 작품’을 실험한다. 돌, 여체 토르소, 도자기, 책, 고서, 지폐 등을 노끈으로 묶는 ‘묶기’ 연작을 선보이며 사물의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바라봤다.

1950~1980년대 ‘묶기’ 연작들과 당대 전시자료를 바탕으로 ‘성장’(1964) ‘무제’(1968) 등 1960년대 주요 작품들을 재제작해 작가의 초기 실험을 조명한다. 1971년 제2회 ‘A.G전-현실과 실현’에 선보인 ‘바람’ 및 1980년대 ‘바람’(일명 종이나무) 원작을 포함해 주요 ‘바람’ 작품을 대형 설치와 사진 및 영상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이승택-거꾸로, 비미술’전 7전시실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1980년대 중반 이후 사회, 역사, 문화, 환경, 종교와 성, 무속과 같은 삶의 영역으로 관심의 지평을 확장하면서 퍼포먼스, 대형 설치, 사진 등으로 작업 영역을 넓혀나간다. 7전시실과 미디어랩에서는 이와 관련한 작품들을 ‘삶·사회·역사’ ‘행위·과정·회화’ ‘무속과 비조각의 만남’ 등의 주제로 살펴본다.

동학농민혁명이나 남북분단을 주제로 한 ‘무제’(1994), ‘동족상쟁’(1994) 등에서는 전위미술가이자 역사가로서의 이승택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일본·중국·독일 등 여러 나라를 오가며 수행한 ‘지구 행위’(1991~2000년대) 연작은 훼손된 자연을 치유하고 지구를 되살리고자 하는 생태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화판을 불에 태우거나 물감이 흘러내리는 자연스러운 과정과 흔적을 작품으로 수용한 ‘녹의 수난’(1996), 물을 흘러내리게 해 그 변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물그림’(1995/2020)처럼 작가의 행위와 과정을 강조하고, 생동감 있는 현장성을 중시한 회화작품도 볼 수 있다.

미디어랩에서는 작가의 1986년 개인전 ‘이승택 비조각전’(후화랑)을 원작을 중심으로 재연해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이어져 온 무속의 세계가 이승택의 작품세계 전반에 가지는 의미를 새롭게 살핀다.

복도 공간에서는 ‘모래 위에 파도 그림’(1987), ‘예술가의 별장’(1987~1988) 등 사진과 회화가 결합된 작가만의 독특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산이나 바다에서 퍼포먼스를 촬영한 후 프린트된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린 일명 사진-회화(포토픽처)는 작가가 구상한 미완의 프로젝트를 실현시켜 준 가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기와 입은 대지'(2020 재제작) 전시마당 설치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야외 공간에서는 이승택의 대규모 설치 작품 4점이 재연된다. 전시마당에는 ‘기와 입은 대지’(1988/2020)와 ‘바람소리’(1970년대말/2020)가, 미술관마당과 종친부마당에는 1970년 홍익대 빌딩 사이에 100여m 길이의 푸른색 천을 매달아 바람에 휘날리게 한 ‘바람’과 1970~1980년대 ‘바람’ 연작 2점이 설치됐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다음달 31일 오후 4시부터 30분간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학예연구사의 설명으로 전시를 소개한다. 중계 후에도 계속 볼 수 있다.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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