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사기의 진화..당근마켓서 처방약 되팔이 기승
온라인 판매땐 의료기기법 위반
병원, 실손보험 적용 내세워
의료제품 과잉 처방도 논란
70대 여성 B씨는 뇌질환이 의심돼 MRI 검사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적용으로 70만원짜리 검사가 8만8000원으로 떨어져 부담이 작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B씨가 병원에 낸 돈은 73만원에 달했다. 병원에서 비급여인 요추 MRI를 필수 항목으로 추가해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B씨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실손보험으로 해결했지만 속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손보험을 둘러싼 계약자의 보험사기와 의료기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같은 보험에 가입한 선량한 계약자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의료기관의 모럴해저드는 보험사 손해율 상승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도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31.7%로 전년 동기 대비 2.6%포인트 증가해 1조4000억원의 위험손실이 발생했다"며 "코로나19로 의료 이용이 줄었지만 여전히 손해율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고거래장터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활용한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제로이드MD와 비슷한 피부보호제인 이지듀MD를 매주 5~6개씩 처방받아 중고장터에 내놓은 20대 여성도 있다. 제품을 68개나 구입한 이 여성은 당근마켓을 통해 개당 2만원 안팎에 대부분을 처분했다. 구입 비용 204만원 중 90%는 보험사가 대신 내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제로이드 1개 용량(80㎖)이면 2~4주 사용할 수 있다"며 "처방 횟수를 늘리는 환자나 이를 받아주는 병원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제로이드MD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분류한 제품이다. 의료기기는 인허가 없이 중고거래 사이트나 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하면 의료기기법 제17조 위반이 된다. 보험사기에 의료기기법 위반까지 이중 범죄인 것이다.
실손보험을 둘러싼 보험사기가 빈번해진 이유는 우리나라 의료비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통상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 진료 항목인 '급여'와 적용되지 않는 항목인 '비급여'로 비용이 나뉜다. 급여 항목은 소액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한다. 반면 비급여는 전액 본인이 내야 하는 돈이다. 실손보험은 이러한 비급여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급여 항목은 정부가 가격 등을 관리·통제하지만 비급여 항목은 의료기관 자율 영역에 해당된다. 가격 등을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도수치료는 의료기관에 따라 가격 차이가 최대 300배, 체외충격파는 2000배까지 난다.
업계에서는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와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전체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현황 등을 집계하고, 모든 의료기관에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에 비급여 항목의 표준코드 사용을 의무화하고, 비급여 진료비 표준가격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정 연구위원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공과 사 협업하에 비급여 관리를 위한 합리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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