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볼에 달렸다던 '고척시리즈', 데이터는 효력이 없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20. 11.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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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두산 김재환이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NC와의 경기 5회초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되자 방망이를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올시즌 KBO 리그 포스트시즌은 이른바 ‘잠고 시리즈’로 대표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가 잠실에서 열렸고, 코로나19의 여파로 개막이 5월로 늦어지면서 ‘겨울야구’가 예상돼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르기로 했다. 특히 고척은 그 안에서 경기를 한 KT와 두산, NC 그 어디의 홈도 아닌 중립구장이었기에 승부의 큰 변수로 자리했다.

중립경기장이라는 단순한 느낌이 아닌 고척스카이돔은 하나의 구장으로서 확고한 변수를 갖고 있었다. 인조잔디와 내야의 단단한 흙으로 전체적으로 땅볼이 빠르게 굴러 수비들에게는 반박자 빠른 판단과 움직임을 요구했고,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두 번째로 넓은 구장규모와 더불어 땅볼공략이 주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더불어 땅볼/뜬공 비율로 봤을 때 땅볼 비율이 높은 타자들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대로 투수 쪽에서는 땅볼보다는 뜬공을 유도하는 투수들의 이점이 돋보였다.

결과부터 살피자면 고척스카이돔의 구장변수는 그렇게 유효하지 않았다. 오히려 땅볼 비율이 높지만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부진했던 타자가 있었고, 뜬공 비율이 높았지만 투구내용이 안 좋았던 투수도 있었다.

타자 중 올해 정규시즌에서 땅볼/뜬공 비율이 가장 높았던 이는 두산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였다. 1.37로 올시즌 평균 0.89를 훨씬 웃돌았다. 게다가 고척스카이돔에서의 타율도 0.364로 높아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페르난데스의 플레이오프 타율은 0.118, 한국시리즈 타율은 0.304에 그쳤다. 무엇보다 타점이 도합 2점에 그쳤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올시즌 줄곧 2번타자로 나섰던 페르난데스를 타점에 역점을 두고 중심타선에 배치했지만 결과적으론 실패였다.

NC 라이트가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6회초 구원으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수빈과 김재환도 각각 1.27과 1.22로 땅볼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정수빈은 플레이오프에서 0.143, 김재환은 한국시리즈에서 4푼3리로 땅만 팠다. 특히 한국시리즈 김재환의 부진은 결국 시리즈를 NC에 넘겨주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NC에는 이명기가 1.27로 땅볼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타율은 0.190였다. 6차전 결정적인 결승타점을 올리며 활약했지만 그전까지는 이동욱 감독의 근심으로 자리하기도 했다. KT에서는 조용호가 0.471의 장타율로 시즌기록 0.333을 웃돌면서 장타로 무력시위를 했다.

투수 중 땅볼 비율은 시즌 중 NC 마이크 라이트가 0.72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낮았다. 하지만 라이트의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은 15.00으로 치솟았다. 3이닝을 나와 홈런 하나 포함 5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6차전 중간계투로 나와 제 몫을 하지 않았다면 NC의 운명은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두산에서는 라울 알칸타라가 0.88로 가장 낮았는데 플레이오프에서는 7.2이닝 평균자책 3.52로 그런대로 활약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10.1이닝 15안타를 맞고 7실점해 평균자책이 6.10이었다. 알칸타라의 구위 저하는 자연스럽게 크리스 플렉센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이는 체력저하와도 연결됐다.

KT에서는 윌리엄 쿠에바스가 1.04로 가장 낮았다. 쿠에바스는 플레이오프 1차전 구원으로 나섰다가 난타를 당했지만 3차전 선발로서는 활약해 8.2이닝 4안타 3실점으로 평균자책 3.12으로 KBO 리그 첫 가을야구 성적을 남겼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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