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구매한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가 비싸게 사들이게 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25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함에 따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 금액이 상당하고 기간이 짧지 않으며 횡령한 금액 대부분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여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이 피해 금액을 모두 변제했고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아트펀드 관련 배임 부분이 무죄로 판단됐기 때문에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2심에서 감형이 이뤄진 것은 아트펀드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트펀드 관련 혐의는 조 회장이 2008년 9월부터 2009년4월까지 개인 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 38점을 효성이 조성한 아트펀드로 하여금 비싸게 사들이게 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아트펀드 업무약정상 특수관계인(조 회장)과의 거래금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아트펀드가 미술품들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입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업무 위배행위가 없었다면 더 낮은 가격으로 미술품을 매입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만으로 펀드에 재산상 손해가 있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