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찰' 의혹 파문 확산..고조되는 法·檢 갈등

이혜영 기자 2020. 11. 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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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명에도 法-檢 갈등 재현 조짐
판사들, '사법농단' 문건 활용 등 진상규명 요구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 출입구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배너가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 파문이 검찰을 넘어 법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추미애 장관이 밝힌 윤 총장의 감찰 혐의 중 '재판부 사찰' 의혹을 둘러싼 판·검사 간 입장이 엇갈리며 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형국이다. 

파문이 확산하자 검찰은 25일 법관에 대한 불법 사찰이 아닌 정상 범위의 정보수집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검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선 판사들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또 다른 갈등이 촉발된 상황이다. 

윤석열 침묵 속 '판사 사찰 의혹' 감찰 확대 

추 장관은 이날 대검 감찰부로부터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 보고를 받은 뒤 '추가적인 판사 불법사찰 여부'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추 장관이 제기한 윤 총장의 재판부 사찰 의혹에 대한 감찰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 때문에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이 참모를 동원해 재판부 성향을 분석했다는 정황을 추가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에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장관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보고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고서에는 해당 판사의 주요 정치적 사건 판결 내용과 진보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됐다.

추 장관은 이를 재판부에 대한 불법 사찰로 규정하고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미 공개돼있는 '공소 유지 참고자료'라며 반발했다. 대검도 "어떤 판사가 증거 채택이 엄격한지 등 재판의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모두 공개된 자료"라며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보고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도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정상적인 업무"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보고 문건은) 재판부 구성원의 연수원 기수, 출신 학교, 재판 진행 스타일, 과거 맡은 사건 등을 기재한 것으로, 공소 유지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를 비롯한 누구도 작성 책임자인 저에게 이 문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며 "'물의 야기 법관' 언급도 조 전 장관 사건이 아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재판부 구성원에 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법부로 번지는 '사찰 의혹'

윤 총장의 재판부 사찰 의혹은 추 장관이 징계 청구·직무 배제 조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적용한 6개 혐의 중 나머지 5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판사 사찰 의혹은 새로 제기된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특히 재판부 성향을 분석하기 위해 '물의 야기 법관' 문건을 활용한 점이 더욱 논란을 키웠다. '물의 야기 법관'은 사법농단 사건 조사 과정에서 나온 일종의 '블랙리스트' 문서다.

이 문건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직 당시 법원행정처가 사법부에 비판적인 판사의 성향을 분석해 작성한 것으로,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근거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판사 성향을 파악하면서 범죄에 연루된 문서를 활용한 셈이어서 충격이 더욱 컸다. 

재판부 사찰 의혹이 커지자 사법부 내부에서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쓴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판사 뒷조사 문건이 무슨 내용이고 어떻게 작성됐는지 확인해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요구했다. 그는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니 그것은 재판부를 조종하겠다,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고발도 해달라, 검찰을 못 믿겠다면 공수처도 좋다"며 "유리한 재판을 받으려는 이런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해달라"고 강조했다.

법원 내부 통신망에는 장 판사의 글 외에도 사찰 의혹을 우려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된 대검의 문건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공식 대응을 자제한 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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