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검사 "추미애의 민주적 통제 '국회 다수당 통제'로 해석"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헌섭(사법연수원 40기) 서울남부지검 공판부 검사는 이날 오후 3시45분께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장관님의 징계청구는 위법 부당하기에 수긍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에서 이같은 생각을 밝혔다.
이는 전날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직무 배제를 단행하면서 밝힌 사유 중 하나인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된 사실’에 대한 비판에서 나왔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해 ‘지난달 22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였으며, 이후에도 대권후보 1위 등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됨에도 검찰총장으로서 생명과 같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진실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아니한 채 묵인·방조하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 총장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도읍 국민의 힘 의원이 “(봉사)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묻자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또한 언론이 제멋대로 대선후보에 올리고 당사자 동의 없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총장이 도대체 어떠한 권한으로 미리 알고 막는다는 것입니까?”라며 “참고로 총장께서 과거 한두 차례 언론사에 후보 배제를 요청하였으나 언론사에서 묵살한 사실은 다 알고 계실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록 장관님은 검사의 직위가 아니시지만 엄연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가공무원이십니다”라며 “그럼에도 여당 국회의원을 지칭하여 ‘우리는 함께 하기로 한 00당 동지입니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시고,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하여 ‘여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와 야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차별했는지 확인하라’는 식의 다분히 정치 편향적인 수사지휘까지 하셨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장관님께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자주 언급셨는데, 장관님의 위와 같은 메시지에 비추어 보면 위 민주적 통제라는 용어가 ‘국회 다수당 통제’로 밖에 해석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대체 누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①과 ②는 사실오인이라고 분석했다. ①에 대해서는 “검사윤리강령 규정 위반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위 모임의 취지는 무엇이었는지’ ‘위 홍모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건의 관계인이었는지’, ‘당시 다른 참석자는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구인지’, ‘비용부담은 어떠하였는지’ 등 기초사실이 충실히 선행 조사되었어야 합니다“라며 ”‘공정성을 훼손’, ‘부적절한 교류’ 등 대중을 자극하는 용어가 사용되었음에도 위와 같은 기초적인 사실조차 밝히지 않고 징계사유로 거론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듭니다“라고 했다.
또 ②에 대해서는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판결 성향, 즉 증거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는지, 어떠한 증거를 중시하는지, 대법원과의 견해를 달리하는 독자적인 법리를 자주 판결에 적용하지는 않는지 등은 공판을 준비하는데 있어 주요한 준비 사항“이라며 “그 과정에서 대중에 이미 공개된 판결 내용 및 언론에 공개된 법원 내 특정 학회 가입 여부, 세평 등을 확인하고 그 정보를 편집 후 공판을 준비하는 부서에 전달케 한 것이 ‘불법사찰’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어 “불법사찰의 정도에 이르려면 해당 판사를 미행하여 비밀로 유지되어야 할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할 것인데, 그러한 사정에 대하여 확인이 되었는지 묻고 싶습니다”며 “그렇지 않다면 그 또한 징계사유로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고 했다.
③에 대해서는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다고 분석했으며 ④의 경우 통상의 감찰 절차, 규정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글 말미는 “법치주의가 정치 논리에 유린되는 모습을 목도하고도 아무 말 하지 않는 비겁한 자가 되긴 싫어 이렇게 긴 글을 남깁니다”라며 “제가 초등학교 때 감명 깊게 읽었던 중국 고사(한비자) 하나 소개해드리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라고 했다. 아래는 해당 글 전문.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또 한 번은 미자하가 과수원에서 임금과 산책하다 복숭아를 하나 따서 먹다가 맛이 매우 좋자 자신이 먹던 복숭아를 임금에게 주었는데, 이는 불경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중대한 죄였음에도 되려 “나를 사랑함이로다. 자신이 먹던 것도 잊고 날 주다니······.” 하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시들자 임금의 사랑도 식어갔는데, 그러던 어느 날 미자하가 죄를 짓자 임금이 호통치길, “네 이놈. 너는 전날 내 수레를 함부로 훔쳐 탔고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주었지. 고얀 놈이로구나!”라며 중한 벌을 내렸다고 한다.
한비자는 이 이야기를 평하기를 “미자하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변한 것은 군주의 마음이다.”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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