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 못 잊어" 1천km도 막을 수 없는 재두루미의 아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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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강원 철원 DMZ 두루미평화타운 내 조류 쉼터를 살피던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낯선 재두루미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
김 사무국장은 24일 "철원지역 재두루미는 보통 3월이면 월동을 마치고 북쪽으로 날아가는데 철원이는 짝을 위해 6월까지 기다린 것 같다"며 "다시 만난 부부가 건강하게 지낸다면 내년 봄 예쁜 2세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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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지난 12일 강원 철원 DMZ 두루미평화타운 내 조류 쉼터를 살피던 김수호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 사무국장은 낯선 재두루미의 방문에 깜짝 놀랐다.
올봄 애틋한 부부애를 주위에 전하고 훌쩍 떠나버린 수컷이 짝을 찾아 다시 돌아온 것이다.
1천㎞가 넘는 거리도 아내를 향한 순정을 막을 수 없었다.
재두루미 부부의 사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재두루미 암컷 한 마리가 날개가 심하게 부러져 구조됐다. 2018년에는 다리와 부리에 동상을 입은 수컷 재두루미가 구조됐다.
암컷은 오른쪽 날개에 3곳의 복합골절을 입어 수술을 받았지만, 근육과 인대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해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없게 됐다.
쉼터로 옮겨진 이들은 2019년 겨울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암컷은 올해 4월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2개의 알을 낳았다.
이들 부부는 번갈아 가며 알을 품으며 부화를 기다렸지만 40일이 지나도 새끼는 나오지 않았다.
철원군은 수컷과 암컷에게 각 '철원이'와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군은 올해 3월 이들 부부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철원이는 아내에게 함께 가자는 듯 날갯짓했지만 사랑이는 이에 화답해 날아오를 수 없었다.
결국 철원이는 지난 6월 혼자 날아 가버렸다.
사람들은 재두루미 부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철원이는 제 짝을 잊지 않고 다시 쉼터로 돌아왔다.
수컷의 등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GPS) 기록을 열어보니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다시 철원까지 1천㎞ 넘게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여름을 나고 다시 아내에게 돌아온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24일 "철원지역 재두루미는 보통 3월이면 월동을 마치고 북쪽으로 날아가는데 철원이는 짝을 위해 6월까지 기다린 것 같다"며 "다시 만난 부부가 건강하게 지낸다면 내년 봄 예쁜 2세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철원이와 사랑이가 산란해 새끼를 본다면 국내에서 최초로 자연부화에 성공한 재두루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연기념물 제203호이자 멸종위기Ⅱ급 동물인 재두루미는 자신의 짝을 지키며 평생을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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