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카페 X 스터디룸 O.. 한 글자에 엇갈린 영업제한 희비

우태경 2020. 11. 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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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룸은 공간·시간 제한 없이 영업중 
영업방식 유사함에도 방역조치는 달라 
프랜차이즈·지자체마다 기준도 제각각
서울 도심의 한 스터디룸. 독자 제공

"밀폐된 좁은 공간에다, 식음료 섭취도 가능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는 스터디룸도 코로나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 조치가 없네요."

25일 서울 도심의 한 스터디룸(소규모 모임에 학습이나 회의 공간을 대여해 주는 업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A(20)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음에도, A씨가 일하는 스터디룸은 아무 제재 없이 평소와 달리 영업 중이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이 주로 이용하는 이 곳은 지금도 저녁이면 빈 방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늘 사람으로 붐빈다. 3평 남짓한 좁은 방에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붙어 앉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스터디룸, 스터디카페 도대체 뭐가 다르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300명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좁은 방에 여러 사람이 모여 앉는 스터디룸이 방역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와 영업 방식이 크게 다르지도 않음에도 유독 스터디룸만 영업제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스터디룸으로 이용자가 몰리는 현상도 벌어진다.

25일 한국일보가 서울 시내 주요 스터디룸 10곳의 운영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곳이 △인원 수용 50% 제한 △오후 9시 단축 영업 등의 조치 없이 평소처럼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르면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스터디카페는 수용 제한과 영업시간 제한 등 두 가지 조치를 모두 실시해야하지만, 스터디룸은 스터디카페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가 다수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조치를 모두 실시 중인 스터디룸은 10곳 중 단 2곳에 불과했다.

모여서 공부 또는 회의를 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스터디룸에서, 이용자는 방을 예약 인원 및 시간에 맞춰 이용한 뒤 대여료를 지불한다. 스터디카페가 △음료 등을 취식하며 공부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 △별도로 분리된 세미나실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반해, 스터디룸은 폐쇄형 세미나실만 제공한다는 것이 '작은 차이'다. 외견상으로도 비슷하고 실제 사용 목적도 다르지 않지만 '개방 공간'이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는 셈이다.

2단계 방역 수칙에 대해서, 같은 스터디룸 업체에서도 소재지에 따라 차이를 보였을 뿐더러, 같은 자치구 내에서도 업체의 재량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중대본 관리대상에 '스터디룸'은 없어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적이 있는 스터디카페는 방역당국의 제재를 받고 있지만, 스터디룸은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는다. 중대본은 현재 위험도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을 중점관리시설 9곳과 일반관리시설 14곳으로 구분하고 있다. 학습을 위한 시설 중 일반관리시설로 지정된 것은 △독서실 △스터디카페 두 업종인데, 학원법으로 관리되는 독서실과 달리 스터디카페와 스터디룸은 관련 법령도 없는 신규 업종이어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서울시가 나름대로 스터디카페에 대한 자체 정의를 내려 자치구에 지침을 배포했지만, 이 또한 쉽사리 이해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으로 인허가 받거나 공간임대업, 자유업 등으로 사업자 등록이 된 공부나 학습 목적인 공간'으로 스터디카페를 규정하고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이 정의에 따르면) 학습 목적이 아니라 회의나 모임 목적의 스터디룸은 (영업제한에서) 제외된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모든 스터디룸을 제재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모임이라도 공부는 안 되고, 회의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스터디룸과 스터디카페가 같은 업태인지, 다른 업태인지를 구분하는 기준도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다. 스터디룸을 스터디카페와 동일하게 관리하는 자치구가 있는 반면, 제재를 전혀 하지 않는 곳도 있다. 같은 프랜차이즈(브랜드)에 속하는 스터디룸임에도 소재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고, 같은 자치구 안에 있음에도 프랜차이즈가 달라서 서로 다른 방역 수칙을 적용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C스터디룸의 경우, 관악점은 방역 수칙을 모두 적용한 반면 성북점은 평소와 다름 없이 정상 영업을 했다. 같은 강남구 안에서도 B스터디룸은 방역 수칙을 모두 이행한 반면, D스터디룸은 인원 수용 제한 조치를 적용하지 않고 있었다.

2주간 '수능 특별 방역'이 시작된 19일 오전 광주 북구 일곡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광주 북구청 일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영업하는 스터디룸에 사람 몰리기도

이렇듯 일부 스터디룸 업체만이 방역 당국의 제재를 피하자 이쪽으로만 사람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발생했다. 스터디룸 아르바이트생 A씨는 "보통 한두 시간 이용 문의가 많았지만, 8, 9월 당시 방역조치가 강화됐을 때는 독서실처럼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겠냐는 문의도 쏟아졌다"며 "최근엔 여러 명 몫의 이용료를 지불할테니 혼자 방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1인 손님도 늘었다"고 전했다. 스터디룸이 사실상 독서실처럼 개인 학습 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폐쇄적 구조의 방만 운영하는 스터디룸이 오히려 스터디카페보다 위험하다는 이용자의 목소리도 있다. 취업준비생 김수민(24)씨는 “스터디룸은 지하에 있거나 창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용하면서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안효정(25)씨도 “오히려 스터디룸이 밀폐되어 있는 공간이라 주의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왜 포함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시 교육정책팀 관계자는 “스터디카페는 사업자 등록만 해서 운영하는 시설이라 행정기관에서는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라며 “자유업도 현황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추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생활방역팀 관계자는 “스터디카페는 명확히 정의내리기 어려운 업종”이라 말하며 “지자체의 얘기도 수렴해서 방역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스터디카페와 스터디룸을 구분해서 침범하는 것이 아닌 만큼, 집단감염이 발생한 적이 없는 스터디룸도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비슷한 업종은 비슷하게 수칙을 맞춰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문제”라며 “방역당국이 상식에 맞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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