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1심 실형 조현준 효성 회장 .. 2심은 '집행유예'(종합)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서고 있다. 2020.10.27/뉴스1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조현준(52) 효성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개인 미술품을 계열사에 편입시켰다는 혐의가 무죄로 뒤집혀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1심과 같이 허위 직원을 직원 명부에 등록해 급여를 받은 횡령 혐의를 유죄로, 투자지분 재매수 대금 마련을 위해 주식 가치를 부풀려 환급받은 특경법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은 근무 사실이 없는 사람을 허위로 기재하고 촉탁 사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횡령했다"며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약 16억원을 횡령한 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지분 재매수 대금 관련해선 "이 사건 자기 주식 취득은 절차와 요건을 모두 갖췄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드로 유상증자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가 형해화됐다거나 그 존립 자체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1심에서 유죄로 판단했던 조 회장이 계열사인 아트펀드에 자신의 개인 미술품을 편입시켜 12억원 상당 손해를 입힌 혐의를 무죄로 뒤집으며 1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트펀드 업무 약정상 특수관계인 거래금지 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액수 미상의 손해 발생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 미술품들이 아트펀드 편입 당시 시가보다 높은 가격이라고 인정할 자료가 없고 (단순히) 가능성만으로 재산상 손해 발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 회장의 횡령 금액이 적지 않고 횡령한 금액 대부분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여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 금액을 모두 변제해 피해가 회복됐고 횡령 금액이 적다고 볼 수 없지만 효성이라는 회사 규모에 비춰봤을 때 11년 동안 16억은 아주 많은 금액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조 회장의 업무수행 대가라고 인정할 수는 없지만 지배구조 지위에서 회사의 업무에 일정 부분 관여했다고 볼 사정도 없는 게 아니"라며 "아트펀드 관련 업무상 배임은 무죄로 인정돼 형을 다시 정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2013년 7월 자신이 지분 87.7%를 소유했던 효성그룹 계열사 GE의 상장이 무산돼 풋옵션 행사에 따른 투자지분 재매수 부담을 안게 되자 대금 마련을 위해 GE로부터 자신의 주식 가치를 부풀려 환급받은 혐의다. GE는 이로 인해 약 179억 상당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08년 9월부터 2009년 4월까지 미리 사둔 개인 소유의 미술품을 계열사인 아트펀드에 편입시켜 12억원 상당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업무 약정에 따르면 효성 아트펀드는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을 매입해서는 안 된다. 이 외에도 2002년~ 2012년에는 실제로 근무하지도 않은 한모씨 등을 직원 명부에 등록해 16억원 상당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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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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