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톨스토이의 다이어리

정영현 기자 2020. 11. 25. 15: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랑은 위험한 말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악이 행해지고, 조국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더 큰 악이 행해지며,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잔학한 악이 자행된다.

즉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들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다.

15년간의 작업을 통해 완성된 톨스토이의 대작 '인생독본'은 한 사람이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과 선한 본성을 실천하며 살기 위한 다짐과 지혜의 말들로 빼곡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사랑은 위험한 말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악이 행해지고, 조국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더 큰 악이 행해지며,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잔학한 악이 자행된다. 사랑이 삶에 의미를 준다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으나 진정한 사랑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성현들은 끊임없이 그 답을 제시해왔는데, 언제나 부정적인 답이었다. 즉 사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들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다. (레프 톨스토이 ‘인생독본 2’, 2020년 문학동네 펴냄)

끝까지 다 못 쓸 것을 알면서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연간 다이어리를 산다. 한 해가 하릴없이 지나갔다는 헛헛함에, 다가오는 새해는 하루하루 꽉 채워 살고 싶은 마음이 해마다 우리로 하여금 다이어리를 사게 하는 것일 테다. 톨스토이는 자신만의 연간 다이어리를 직접 만들었다. 1년 365일 날짜별로 동서고금의 위인과 작가들이 남긴 명언 중에서 인생에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문장들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생각과 깨달음을 기록했다. 15년간의 작업을 통해 완성된 톨스토이의 대작 ‘인생독본’은 한 사람이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과 선한 본성을 실천하며 살기 위한 다짐과 지혜의 말들로 빼곡하다.

세상에 고고한 말은 넘쳐나지만 그 말들을 단지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아가 자신의 인생으로 옮겨오는 사람은 드물다. 노년의 톨스토이는 자신의 책 인세를 단 한 푼도 사유재산으로 쌓지 않고 세상에 기부하고자 했다. 선과 사랑과 공동체에 대해 쓴 책으로 자기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토록 위대한 소설들을 많이 남겼음에도 톨스토이는 자신이 쓴 모든 저작이 잊힌다 해도 ‘인생독본’만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아마도 ‘인생독본’이 날마다 진정한 사랑과 선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그의 15년간의 노력과 고투 그 자체였기 때문이 아닐까.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