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정치 불안 끝나자 저금리 기대에 날아올라

박종원 2020. 11. 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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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중개인이 마스크를 쓴 채 거래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증시가 이달 대선 여파가 잦아들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불복 사태가 일단락됐다는 안도와 새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대한 기대가 겹쳐 투기를 방불케 하는 매수세가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54.97포인트(1.54%) 오른 3만46.24에 마감해 출범 1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역시 57.82포인트(1.62%) 뛴 3635.41에 장을 마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나스닥 역시 1.31% 뛰어 1만2036.78을 기록해 약 3개월 만에 1만2000선을 다시 넘었다.

■바이든 정부 저금리에 기대만발
시장 전문가들은 상승장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을 꼽았다. 미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국제 시장 전략가는 "우리는 몇 개월 전에 기대할 수 없었던 엄청난 수준의 확실성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날 미 연방총무청(GSA)은 대선 20일 만에 바이든의 당선인 신분을 확정하고 공식적인 정권 이양 작업을 시작했다. 대선 및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불복으로 이어진 정치적 혼란과 이에 따른 시장 불안이 마침내 해소된 것이다. S&P500지수는 보통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가 선거 직전인 10월 마지막 주에 50% 가까이 뛰자 반대로 약 5.6% 떨어졌다.

미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리의 마이클 아론 수석 투자 전략가는 "바이든 정부는 여야가 의회를 거의 반씩 가져간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하며 대법원에는 우파가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정치 구도 덕분에 좌우에서 극단적인 정책이 걸러질 것이다"고 예측했다.

미국의 '제로(0)'금리 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장에 돈이 계속 풀린다는 전망도 주가 상승에 일조했다. 미 언론들은 23일 보도에서 차기 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옐런은 2014~2018년 재임기간 동안 전임 밴 버냉키의 무제한 돈풀기 전략을 이어받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퇴임 이후에도 불황 극복을 위해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 또한 올해 발표에서 코로나19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2023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 시장조사기관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는 24일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월가에 적대적인 (강성 좌파) 인물을 재무장관에 앉힌다는 공포가 있었지만 옐런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고 평했다. NYT는 여기에 최근 미국과 영국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우수한 효과를 보이면서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어깃장에도 정권 이양 진행
대선 이후 언론보다 트위터를 가까이했던 트럼프는 24일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다우지수 3만 돌파를 축하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라며 코로나19 백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그걸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 큰 영향이 있다"며 "아무도 이러한 수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저 매우 열심히 일하는 행정부 사람들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었다"며 질문도 받지 않고 65초 만에 자리를 떴다.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이나 대선 불복이 증시에 미친 영향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같은날 자신의 트위터에다 "GSA는 대단했고 에밀리 머피 GSA 청장도 아주 열심히 일했지만 GSA가 차기 미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적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여전히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정권 이양 작업을 서둘렀다. 그는 이날 6명의 안보 각료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소개한 공복들과 함께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발휘하는 지도력, 그리고 도덕적인 지도력을 회복할 것이다"고 선언했다. 바이든은 "각료 후보로 지명된 인물들은 미국이 돌아왔으며 세계에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이끌 것이라는 증거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같은날 NBC 인터뷰에서 GSA의 당선인 인정 직후 "트럼프 정부가 내게 기밀 브리핑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고 우리 팀은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팀과 회의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측 인사들이 매우 성실하게 협조하고 있으며 예상과 다르게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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